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예상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과거 정부에 비해 노력을 덜 기울였기 때문에 물가를 제외한 전체적인 성장관련 성적표가 나쁜 것은 어떻게 보면 ‘정상’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정책은 ‘가진 자’들을 타깃으로 ‘반(反)부자’ 정서에 의존하는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적인 요소를 최소화하고 시장과 효율성에 중점을 둬서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이 사실상 ‘역대 정부중 최악’으로 분석된데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를 보는 눈’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광두(경제학) 서강대 교수는 “민주주의체제 하에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과거 정부보다 포퓰리즘에 의존하는 정도가 더 심했기 때문에 경제성적표가 그만큼 초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설비투자증가율이 매우 낮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부분에서 매우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증가율 등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하락은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현 정부의 경제브레인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초라한 원인을 ‘과거정부 탓’으로 돌리는데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배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과 카드시장 불안 등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때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이미 아는 상태에서 정책을 펼친 뒤 이제 와서 과거 정부의 탓도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정책 실패를 과거 정부의 탓으로 돌린다면 1950년대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경제를 일으킨 것이나 1970년대말 ‘2차 오일 쇼크’ 직후 경제의 활력을 다시 끌어올린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현재의 잘못을 과거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노무현 정부 들어 성장관련 지표가 악화된 이유는 세계 경제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고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성장 출구를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기술집약적인 첨단서비스산업, 산업융합적인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