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계속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은 한·미 양측이 상품분과에서 관세철폐 이행기간 등 기본틀에 합의했으나 주요 분야에서 양측의 입장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은 오는 9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3차 협상으로 미뤄지게 됐다. 특히 북한 미사일 사태 등으로 개성공단 문제가 탄력을 잃었으며 지난 12일 서울 도심의 대규모 시위를 비롯, 협상기간 내내 FTA 반대시위가 잇따르는 등 반발 강도가 높아지면서 FTA 협상추진에 대한 정부내 이완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현격한 입장차 확인이 ‘성과’(?) =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은 의약품, 농산물, 자동차가 주요 관심사임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특히 의약품 분야에서는 우리측이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으나, 미국측은 신약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해 회담을 결렬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호주간 FTA 협상에서 의약품 분야의 협상난항으로 협상이 결렬위기까지 간 것처럼 이번 협상에서도 의약품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한국은 쌀을 제외한 나머지 농산물에 상품처럼 ‘5단계 개방’을 원칙으로 최장 16년까지 관세감축 유예방안을 제시한 반면 미국은 일반상품과 똑같이 최장 10년까지로 개방하자고 맞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자동차 분야에서 1차 협상 때 요구했던 세제개편 외에 이번 협상에서는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절차상 투명성과 소비자 인식문제등을 제기하며 한국측을 압박했다. 자동차 분야는 미국이 노조세력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필수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분야여서 차기 협상에서 공세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발확산 속 정부내에서도 ‘이완’분위기 = 2차 협상을 전후로 ‘반(反) FTA’ 시위가 확산되는 등 국내 반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정부내에서도 ‘이완’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2차 협상에 내놓을 양허안 마련을 위해 열린 회의에서 각 부처들이 극히 보수적인 안들을 내놓아 당혹스러웠다”고 말해 정부내에서 ‘눈치보기’가 시작된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비밀주의’협상이라는 국내 반발과 관련,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한·미 FTA 초안을 국민에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점도 협상안 공개는 안된다는 정부의 당초 입장을 뒤집은 것. 이같은 정부내의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협상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품목별 주고받기가 본격화되는 3차 협상에서는 국내 반발이 더욱 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2차 협상 이후 정부가 국내 대응체계를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