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로 닷새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에서 한국은 일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미국과의 심한 의견차이를 확인했다.

이번 2차 본협상에서 한국이 얻어낸 최대의 성과는 상품분야에서 관세철폐 이행기간에 ‘기타’를 얻어냈다는 점이라는 평가다. 한·미 양측은 상품분야 양허(개방)의 틀을 만들면서 관세철폐 이행기간을 ‘즉시철폐-3년-5년-10년-기타’의 5단계로 나눈다는 것에 합의했다. 이는 현재 양국이 상대국 물품이 수입될 때 부과하고 있는 관세를 품목에 따라 폐기 기간을 달리하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A상품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이 ‘즉시’로 될 경우 이 물품은 FTA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해야 하며 ‘5년’이 될 경우 앞으로 5년안에 관세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만일 A상품의 이행기간이 ‘기타’로 될 경우, 이 상품에 대해서는 현행 관세를 10년 이상 유지하거나 아예 무한정으로 유지할 수 있다. 즉, 실질적으로 시장개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또 상품분야와 섬유, 농산물 분야의 양허안을 동시에 교환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관철시켰다. 이는 우리측의 최대 민감품목인 농산물만 따로 떼어내서 양허안을 교환하기 보다는 우리가 상대우위를 가진 섬유까지 묶어서 ‘패키지’로 교환하겠다는 방식이다. 다만 상품 분야와는 달리 농산물과 섬유 분야에서의 양허안 틀 마련에는 성공치 못해 앞으로 실질적인 협상 결과물은 이번 협상에서는 얻기 힘들게 됐다.

양측이 신금융서비스 상품의 상대국 진출시 상대국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기로 합의, 당초 금융권에서 제기됐던 우려감도 일단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신금융서비스란 상대국 시장에는 없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신금융서비스 진출을 위해 상대국 정부의 허가를 받기로 합의함에 따라‘미국 파생금융상품의 무차별 한국시장 진출’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평가다.

또 미국시장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제품을 한·미 FTA에서 기술적으로 배제하는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도 우리측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문제가 해결안 될 경우 일본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한 중형차의 국내수입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반면 한국은 ‘양허의 틀’을 마련한다는 미국측 방침에 따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일단 협상의 주도권을 미국측에 넘겨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이나 쌀의 협상제외 요청, 농산물의 관세철폐 이행 장기간 확보 등에 대해 미국측으로부터 한치의 양보도 얻지 못한 점도 미흡한 점으로 꼽힌다.

양성욱기자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