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의료수가가 가정의 보일러 수리비보다 더 적다고 의사들이 난리예요. 그렇다고 무작정 질병보험(건강보험)료를 인상할 순 없잖아요.”

파리와 인근 위성도시 주민 1100만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파리지역질병금고의 알랭 베니토 부소장은 “프랑스의 질병보험 누적적자가 600억유로(1유로 1450원 기준 87조원)에 달하지만 장기불황과 국민들의 반발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프랑스의 질병보험료는 직장가입자가 월소득의 16.5%를 내는데 본인 부담이 6.5%이고 사업주가 10%를 부담하고 있다. 한국의 4.2%(본인과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프랑스의 경우 사업주가 가입자보다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내다보니 특히 사업자들의 불만이 많다.

베니토 부소장은 “이렇게 보험료를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질병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여러가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진료카드 기능의 확대도 여러가지 방안중 하나이다. 카드에 개인별 진료 내역을 상세히 기록하는 방안을 3년내에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이렇게 진료내역을 자세히 기록하면 환자가 같은 병에 대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니는 이른바 ‘진료쇼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개인의 모든 병력이 담기는 만큼 담당의사가 아니면 접근할 수 없도록 보안시스템을 연구중이다.

전자진료카드 제도는 한국에서도 도입을 추진했었으나 개인병력 유출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 및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는 또 “환자가 한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같은 시스템이 정착되면 중복진료 등 불필요한 진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암 정기검진 등 질병 사전예방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질병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그는 지적했다. 암을 조기발견하면 서둘러 치료를 해 완치율을 높일 수 있으며 의료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는 약값이 질병보험료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나 건강검진 등 사전검사에 드는 비용은 2%에 불과하다”며 “이 비율을 올려야 보험 재정적자를 폭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암 등 중증·난치성 질환의 경우 환자부담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암 검진에 대한 보험 급여를 확대하면 환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평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