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도 “부당조치 맞설 것”
멕시코는 마약사범 인도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이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각자도생’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중국은 강력한 반격 의지를 내비친 반면, 영국과 멕시코는 막판 협상을 통한 관세 면제나 축소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선제적으로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철회하며 자세를 낮췄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을 통해 ‘강력한 (대미) 보복 계획’이 준비돼 있다며 “협상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반격할 수 있는 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유럽은 통상에서 기술 부문, 시장 규모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카드를 쥐고 있다”며 필요시 분야별로 보복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러시아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그간 강권과 패권을 용납한 바가 없다”며 “미국이 한사코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계속해서 각종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이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취임 후 가진 첫 통화에서 “캐나다에 대한 부당한 무역 조치에 맞서 싸우고, 캐나다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붙잡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의 상호관세에 보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국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이지 반사적인 대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디지털 서비스세’ 삭감 카드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관세 관련 취재진 질문에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마약사범에 대한 명단이 있다”며 경우에 따라 이송 절차의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를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날 총리, 재무장관, 경제장관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산 수입품 전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트럼프 행정부에 보답하는 한편 외교·안보에 이어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의 혈맹 지위를 지키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