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신구’ 총리 마크 카니(오른쪽)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9일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열린 자유당 대표 선출 행사에서 신임 대표로 당선이 확정되자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카니 신임 대표는 이번 주 중 총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 당선 직후 “美에 보복관세 부과”

加·英 중앙은행 총재 등 역임
금융위기 방어로 차기리더 주목

“트럼프 성공토록 놔두지 않을것
미국의 일부 되지 않겠다” 역설

캐나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9일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어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지휘할 새로운 당 대표이자 총리에 ‘경제통’인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이번 주 중 총리에 오를 카니 신임 자유당 대표는 당선 직후 미국을 향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 대응의 포문을 열었다.

자유당은 이날 자유당 당원 15만 명 이상이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카니 전 총재가 85.9%의 득표율로 경쟁자였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8.0%), 카리나 굴드 전 하원의장(3.2%), 프랭크 베일리스 전 하원의원(2.9%)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캐나다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는 점에서 카니 신임 대표는 이번 주 중 트뤼도 총리의 뒤를 이어 24번째 캐나다 총리로 공식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대표가 이같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데는 그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와 영토 위협에 대응할 적임자로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니 대표는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 캐나다 재무부 수석부장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금융안전위원회 의장 등을 거친 정통 경제통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캐나다 경제가 어려움에 빠졌을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맡아 위기를 성공적으로 방어하면서 차기 리더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캐나다를 압박해 오면서 경제전문가로서 그의 이력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카니 신임 대표도 유세 때부터 미국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와 영토 수호 의지를 내세우며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조롱에 분노한 캐나다 민심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카니 대표가 총리에 취임한 이후에 양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니 대표는 이날 당선 수락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우리의 자원과 우리의 물, 우리 땅, 우리나라를 (장악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인들이 우리를 존중할 때까지”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그(트럼프 대통령)는 캐나다의 가계와 노동자와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가 성공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은 캐나다가 아니다”라며 “캐나다는 절대로, 어떤 형식으로든 미국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10월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현재 캐나다 내 반미 여론을 의식해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니 대표가 트뤼도 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감정적인 앙금이 없고, 구체적인 관세 보복 대응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경 대응 속에 물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