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위기의 한국

“선방” vs “손해” 평가는 갈려

트럼프 1기 정부의 통상압박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 자동차 문화의 상징인 화물자동차(픽업트럭)는 내주고 우리 민감 분야였던 철강과 농업은 지키는 전략을 취했다. 악조건 속에서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불리한 결과였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7일 정부부처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1기 트럼프 정부가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내민 첫 통상압박 카드는 바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었다. 재협상은 자동차와 철강의 ‘빅딜’로 요약된다. 우리 정부는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부과를 20년 연장하기로 하면서 미국 정부 요구를 들어줬다. 또 미국 자동차가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 대까지 한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허용 물량이 2배로 늘어난 셈이었다. 우리 정부의 민감 분야는 철강과 농업이었다. 철강의 경우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25%의 고관세 부과를 결정했는데, 당시 수출량의 70% 정도인 263만t에 대해 무관세 쿼터(수출량 제한)를 얻어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협상 전부터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는 막아냈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2018년 3월 한·미 FTA 개정 협상 결과를 설명하며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를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 업계의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이 사실상 막히고 철강 수출이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대(對)미 철강재 수출은 2017년 340만t에서 쿼터제 적용 후 2018년 250만t으로 줄었다. 정인교 현 통상교섭본부장(당시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재협상 결과 발표 직후 개최된 간담회에서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윈윈 협상 취지와 거리가 있다”며 “픽업트럭 양보를 협상카드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세탁기에 연간 120만 대까지 20%, 그 이상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도 발동했는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2023년 5월 최종 승소했지만 세이프가드 조치가 종료된 지 이미 3개월 지난 뒤였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