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거세지는 美무역압박

“교정한다면 관세 낮아질 수도”
美요구 반영된 협상 필요 압박

트럼프 “관세 강력한 외교수단”
개별국 협상카드 의도 드러내

워싱턴 = 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와 관련, “만약 그들(다른 나라들)이 불공정 거래 관행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협상하려고 할 때까지 관세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그들이 이를 교정한다면 관세는 낮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사실상 관세를 다른 나라의 무역 장벽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며 각국에 미국의 요구가 반영된 협상안을 가져오라는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 시한이 다가올수록 한국 등 개별 국가를 향한 미국 정부의 압박과 요구는 보다 구체화하고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것(상호 관세)은 (향후) 진행 경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관세를 미국이 주장하는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허물기 위한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상호 관세의 본질은 우리가 유럽연합(EU)이나 다른 나라에 상호 관세로 매칭(matching)을 시작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을 하면서 여기에 다른 요인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가 4월 1일 (상호 관세 관련) 보고서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각국의 대미관세, 비관세 장벽, 환율 조작 등 통화정책, 중국과 같은 자국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EU의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소송 등을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50%까지 관세 부과를 할 수 있도록 한 1930년 관세법을 사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4월 1일까지 기다린 뒤에 어떻게 되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레버리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대통령에 앞서서 나갈 생각은 없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위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호 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고 관세 부과에 부가가치세 등 각종 비관세 장벽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무부 등에 관련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고 상무부는 국가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조사를 4월 1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보수 성향 단체인 2025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 연설에서 무려 관세를 15번이나 언급했다. 그는 “관세 부과에 힘입어 1870년부터 1913년까지 미국이 상대적으로 가장 부유할 수 있었다. 우리는 관세로 매우 많은 돈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그는 “관세는 강력한 외교 수단이기도 하다”며 관세를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수단이자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