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산·DNA 성분 등 수천 개
45억 년 전 태양계 물질로 추정
지구 생명체 ‘우주 기원설’ 무게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후 남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최근 다양한 아미노산과 DNA의 주요 성분들이 발견되면서 지구 생명체가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가설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나사의 탐사선인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베누 표면에서 채취한 돌과 먼지 등을 분석했는데 33종의 아미노산을 비롯한 수천 개의 유기화합물이 나왔다. 33종의 아미노산 중 14종은 단백질 합성에 쓰일 수 있는 종류였다.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엔 DNA와 RNA 등 핵산을 구성하는 5가지 염기(아데닌·구아닌·시토신·티민·우라실)가 모두 있었고, 질소와 암모니아도 풍부했다.

오시리스-렉스가 탐사한 베누는 지름이 492m에 불과한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소행성이다. 베누는 목성 주위를 돌던 모체에서 떨어져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45억 년 전 초기 우주의 물질을 그대로 보유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양계 초기의 비밀을 간직한 타임캡슐’로 불린다. 오시리스-렉스가 지구에서 약 3억3300만㎞ 떨어진 베누의 표면에서 121.6ｇ의 샘플을 채취해 2023년 9월 지구로 돌아왔고, 이 과정에서 샘플을 밀봉해 지구 대기와의 접촉을 완전 차단한 덕에 논문이 발표될 수 있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같은 날 네이처에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엔 베누의 샘플에서 물이 증발하고 남은 소금과 탄산나트륨 등의 미네랄을 찾아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는 베누 등의 소행성들이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에 생명체의 ‘씨앗’을 심었을 수 있다는 가설로 해석된다. 학계에서는 우주 탄생 초기 태양계 외곽에 물과 암모니아가 풍부한 지름 100㎞ 이상의 소행성이 있었고, 그 내부에서 다양한 유기분자가 생겨났으나 이후 충돌 등으로 파괴돼 오늘날의 베누가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베누는 여러 천체의 잔해가 뭉쳐진 ‘돌무더기’ 소행성이기 때문이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