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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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헌법재판소가 54일 만에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의 처음이자 마지막 변론기일을 끝마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말 한 총리 탄핵안을 통과시킨 후 첫 변론기일이 뒤늦게 열렸지만, 정작 변론은 1시간 반 남짓한 시간에 끝난 것이다. 이날 재판정에서는 피청구인(한 총리)과 청구인(국회) 측 간 열띤 설전도, 추가 증거를 받아달라며 재판부와 벌이는 기 싸움도 없었다. 양측은 준비해온 서면을 읽었고,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재판이 끝났다. 재판부가 “피청구인에게 최종 의견 진술 기회를 다시 한 번 드리겠다”고 하자 한 총리 측은 당황해하며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거절했다.

이날 한 총리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헌재 안팎에서는 ‘늑장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민주당은 내란 동조자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한 총리를 탄핵심판대로 보냈다. 한 총리 측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보다 신속히 심리해달라”는 의견서를 4차례나 제출했다. 그러나 헌재가 차일피일 기일을 미루면서 윤 대통령과 한 총리의 선고 시기가 엇비슷하게 겹치게 될 상황까지 왔다.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리를 대신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고위 관료의 탄핵소추로 발생하는 국정 공백 피해는 가늠조차 힘들다. 한 로스쿨 교수는 “헌재는 재판 속도·퀄리티(질) 중 어느 하나도 못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느림보 헌재’를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헌재는 앞서 12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도 단 한 차례, 3시간 만에 변론절차를 끝낸 바 있다. 최 원장 탄핵소추안이 헌재에 접수된 지 69일 만이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사건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헌재는 피청구인 측이 빠른 판단을 요구할 때마다 “신속재판에 대한 필요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더 이상의 국정·행정 공백을 막으려면 헌재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