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미 상무장관 후보자
“국가별 일대일로 다룰 것”

조태열, 15일 미 국무와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3월 12일, 국가별 상호 관세는 4월 1일 이후, 반도체 보조금은 지급 조건 변경 예고 등 시한을 정해 압박에 나선 것은 협상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산 석유·가스·무기 수입을 늘리겠다며 발 빠른 협상에 나섰다. 우리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예정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입장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면서 우리 측 입장은 사실상 뒷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후보자는 “관세 부과 대상을 국가별로 다룰 것이며 4월 1일까지 행정부 내 연구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한 달 반가량의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 25% 보편적 관세도 다음 달 12일부터 매기겠다며 여유 기간을 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 입장을 종합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도 뮌헨안보회의 계기에 열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도 깊은 대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뮌헨안보회의는 여러 정상급 지도자가 모이는 자리다. 두 장관의 회담 예정 시간도 약 30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시나리오가 다뤄질 예정이어서 우리 정부의 전달 사항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 일정을 긴급 추가하며 미국의 관세 방침에 대한 대응 마련에 나섰다. 최 권한대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적용관세율이 낮아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미국이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 디지털서비스세 등 비관세장벽까지 포함해 평가할 것으로 예고한 점을 감안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부·기재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국에 설명할 자료 준비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에게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주시하며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권승현·김규태·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