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때 대규모 투자계약
삼성은 보조금 집행 진행중일듯
투자규모·확대 압박 용도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자국 내 투자 기업에 지급기로 한 보조금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 대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잔뜩 긴장한 채 향후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 7조4600억 원(합산)에 달하는 보조금 수령이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조금은 칩스법에 근거해 공장 착공 진도 등에 맞춰 일시금이 아닌 단계별로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형태도 직접보조금을 포함해 세제 혜택과 대출 지원 등을 포괄한다. 현재 실제 보조금 집행이 진행 중으로 전해진 곳은 애리조나주에 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지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 정도로, 지급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 중에선 텍사스주에 공장을 설립한 삼성전자에 대해 TSMC와 마찬가지로 보조금 집행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아 현재 직접 수혜 대상은 아닐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계속해서 손질을 예고한 만큼 국내 양대 업체 모두 추후 보조금 수령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보조금 책정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재검토·변경한 뒤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변경될 수 있는 범위와 기존 합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명확하지만,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손질 가능성에 대해 투자 규모·속도 확대를 압박하는 용도로 해석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조금을 줄일 경우 일종의 투자 철회 양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지금 트럼프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압박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은 이 같은 움직임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반도체의 경우 대체재가 없는 만큼 결국 미국 내 투자를 더 늘려 달라는 일종의 메시지 성격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이미 계약된 부분에 대한 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조금 성격상 일시 지급이 어려운 만큼 현재 계약이 완료된 부분에 대한 착공 속도를 높이거나 차후 투자 규모 확대를 노린 포석”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