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번엔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서명한 상호관세에 관한 행정명령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트럼프, 상호관세 서명

수입정책·보조금 ‘장벽’ 적시
무역보고서 3월말 새로 발간
내용 반영해 4월초 상호관세

트럼프 “한국 등 동맹도 미국 이용”
우리 주력산업 타격 우려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25%)에 이어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산업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관세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제로에 가깝지만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환율 정책 등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면 상호관세 부과 검토 요인에 상대국의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함께 비관세 장벽 또는 조치도 포함됐다. 행정명령에는 비관세 장벽 및 조치에 대해 “수입 정책, 위생조치, 무역에 대한 기술적 장벽, 정부 조달, 수출 보조금, 지식재산권 보호 부족, 디지털 무역 장벽, 정부가 용인하는 국영 또는 민간 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등을 포함해 정부가 부과한 모든 조치와 정책, 비금전적 장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무역 상대국이 미국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불공정하고 차별적 세금이나 역외 부과 세금도 상호관세 책정 검토 요인으로 지목했다. 환율 정책과 임금 억제 정책,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을 불공정하게 제한하는 관행 등도 검토 대상으로 꼽았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조사 방식에 대해 “우리가 무역적자가 가장 많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특정해서 언급한 만큼 압박이 거세질 예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의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관세보다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든다고 여겨온 한국의 각종 정책과 규제를 문제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규제로는 우선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독과점 규제가 꼽힌다. 또 매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간하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게재된 분야도 압박 분야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USTR은 2024년 NTE 보고서에서 한국의 자동차 무역장벽에 대해 배기가스 부품(ERC) 인증 규제가 모호하고 환경부의 수입 차량 무작위 검증 절차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승인 절차 복잡·비효율 △약품 가격에 대한 제약 가치 불인정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민·형사상 처벌 부족 △망 사용료 지불 법안 논의 △위치기반 서비스 업체의 지리 정보 반출 금지 △미국산 체리·자몽 등에 대한 검역 처리 지연 등을 한국의 주요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했다. 특히 상호관세 검토 시한으로 밝힌 4월 1일이 올해 NTE 보고서(3월 말)가 나오는 뒤여서 NTE 보고서가 상호관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환율도 상호관세 부과 고려사항으로 거론되면서 한국이 지난해 말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됐다는 점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15일 하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7개국이 관찰대상국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2023년 11월 관찰대상국에서 빠졌다가 경상수지 흑자증가로 1년 만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