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직 타국동향 지켜봐야”
에너지 등 패키지 대응 준비
권한대행체제로는 협상 한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알루미늄·철강 25% 관세’ 폭탄에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설득 작전에 돌입한 반면,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아직 관세 면제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에너지·방위·조선·농산물 등을 아우르는 대미(對美) 통상 대응 패키지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협상한다는 방침이지만, 국가 정상 위주의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권한대행 체제의 ‘패키지 딜’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아직 미국 측에 알루미늄·철강 25% 관세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영국, 일본, 호주 등이 즉각 미 측에 관세 면제 요청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호주는 미국이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호주에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품목·대상국이 발표되지 않은 상호관세에 대비해서도 각국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만이 대표적이다. 대만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DC로 차관급을 급파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상호관세를 두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단 주변 국가 대응을 지켜보면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 예외국이 어디인지 등에 따라 우리 철강 기업의 유불리가 바뀔 수 있다”며 “아직은 타국 동향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미 철강 수출에 25% 관세가 부과되는 대신, 그간 적용돼왔던 수출 제한 물량(263만t)이 사라져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각 품목별 대응보다는 ‘트럼프 맞춤형 패키지’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선업 협력 방안과 함께 에너지·농산물·항공·방산 등 분야의 수입 확대가 거론된다. 다만 일각에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에서 각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패키지딜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안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한·미 간 고위급 만남을 계기로 양국 경제의 ‘윈-윈’ 전략을 전달할 방침이다. 가장 빠른 건 14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 자리에서 첫 대면 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도 17일 미국을 방문한다. 한편, 한·중·일 3국은 다음 달 22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