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한국도 미국도 ‘장바구니 시름’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왼쪽 사진)과 지난 12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로컬 식료품 체인인 ‘H-E-B’(오른쪽)에서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고르고 있다. 윤성호 기자·게티이미지 연합뉴스

■ 식품가격 고공행진

코코아 80%·오렌지주스 15%↑
오징어채 22%·시리얼 14% 등
가공식품값 1년새 최대 상승률

정부, 업체 협조요청에도 한계
긴급 할당관세 추가적용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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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원두 113%·코코아 80%·오렌지주스 15% 등 솟구치는 수입 원자재 가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까지 고공행진하며 식품 가격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급등한 원자재값을 반영해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탓에 가공식품 물가 역시 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식품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지만 원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줄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칩용 감자’나 ‘과일 농축액’ 등 기존 13개 품목 외 긴급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월 아라비카 커피원두 평균 가격은 t당 8858달러(약 1287만 원)로 전년 동월 대비 113.3% 폭등했다. 또 다른 커피원두인 로부스타도 t당 5607달러(815만 원)로 78.9% 뛰었다.

초콜릿, 과자 등의 원료인 코코아 가격 역시 2월 평균 가격이 t당 1만340달러(1502만 원)로 80.0% 올랐다. 각각 150%대 상승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과 견줘서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t당 1만 달러를 넘는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오렌지주스도 t당 9456달러(1373만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5.9%, 카놀라 가격도 t당 454달러(65만 원)로 10.9% 각각 높다.

원자재값 압박에다 고환율 흐름이 맞물린 데다 일부 국내 원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린 데 따라 1월 가공식품 가격은 이미 1년 새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한 상태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했다. 지난해 1월(3.2%) 이후 최대 폭 상승률이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품목은 오징어채(22.9%)였다. 맛김(22.1%)·김치(17.5%)·시리얼(14.7%)·유산균(13.0%)·초콜릿(11.2%)이 뒤를 이었다. 참기름(8.9%)·식용유(7.8%) 등은 7∼8%대 상승률을 보였고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도 비스킷(7.0%)·빵(3.2%) 등 일제히 가격이 올랐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11일 식품업계 대표들을 만나 물가안정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인상 폭 축소나 인상 시기 지연은 가능해도 인상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와 aT의 ‘식품산업 경기동향’ 조사 결과 업체들이 ‘고환율·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원재료 확보’를 애로사항으로 꼽았고 특히 올 1분기 원자재 구입 가격 상승으로 제품 출고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돼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추가 적용 또는 적용 기간 연장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당관세란 가격이 급등한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낮춰 주는 것을 말한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