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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0.8조 ‘세수 펑크’

기업 실적 악화에 결손 커져
5개월전 재추계보다 1.2조↑
4년 연속으로 대규모 오차

‘사실상 불용액’ 9.3조 달해
재정건전성 악화 ‘빨간불’

최근 2년간 87조2000억 원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하며 이 기간 예산 불용액도 20조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에 비상계엄 후폭풍이 이어지며 올해까지 3년 연속 세수결손이 우려되다 보니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재정 여력이 부족한 탓에 적자국채로 재원을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0일 오전 내놓은 ‘2024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과 ‘2024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본예산 대비 국세가 30조8000억 원이나 덜 걷혔다. 이로써 전년(-56조4000억 원)을 포함한 세수 결손 규모는 87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4년 연속 대규모 오차다. 법인세가 17조9000억 원 줄었다. 상장사 영업이익이 2022년 84조 원에서 2023년 46조9000억 원으로 급감하는 등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가 소비 증가로 8조5000억 원 늘어났고, 소득세가 고금리에 따른 이자소득세 증가로 1조6000억 원 불어났지만 법인세 급감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반도체 기업에 대한 부가세 환급액이 증가하며 5개월 전 세수 재추계 때보다 결손 규모가 1조2000억 원 더 늘었다. 지난해 총세입은 535조9000억 원으로 본예산 대비 14조1000억 원 적었다. 세외수입이 199조4000억 원으로 본예산보다 16조7000억 원 많았지만 국세수입 감소가 전체 세입을 끌어내린 탓이다. 총세출은 예산현액(예산+전년도 이월액 등 실제 지출 가능한 예산액) 554조 원 중 529조5000억 원을 집행했다.

총세입에서 총세출과 이월액(4조5000억 원)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2조 원이었다. 예산현액에서 총세출과 이월액을 뺀 ‘결산상 불용액’은 20조1000억 원이었다. 이 중 국세수입 연동으로 자동감액된 지방교부세(금)와 내부거래액을 제외한 ‘사실상 불용액’은 9조3000억 원이었다. 사실상 불용액 중 사업비 불용은 6조8000억 원, 재난·재해 발생 감소에 따른 예비비 불용은 2조5000억 원이었다.

2023년보다는 양호하지만 2007년 디브레인(디지털 국가예산·회계 시스템) 도입 이후 결산상·사실상 불용액 모두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올해도 열악한 세수 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누적 세수 결손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 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져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박수진·전세원·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