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9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군 장병들이 피해 마을 복구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초 잘못 입력 좌표 지점은 5층짜리 군인아파트 4개동 밀집지역
조종사 출발 전 승진훈련장 고도보다 낮아 수정, 제3의 장소에 낙하

지난 6일 발생한 KF-16 전투기 2대의 경기도 포천 민가 오폭 사건과 관련 애초에 조종사가 잘못 입력한 좌표는 군인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하마터면 더 큰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조종사가 잘못 입력한 좌표 지점과 실제 폭탄 투하 지점이 2km나 차이가 나 민가에 떨어지게 된 건, 조종사가 출발 전 좌표 입력 과정에서 고도값을 수동으로 승진과학화훈련장 고도에 맞게 바꿨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전날 조종사 2명은 지상 브리핑실에서 임무 컴퓨터에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위도 숫자 5를 0으로 잘못 입력했지만 프린터 출력기 고장과 확인 절차 생략 등으로 잘못 입력 좌표를 인지하지 못했다. 공군은 조종사가 표적 좌표의 위도 7자리 중 4번째 숫자를 5가 아닌 0으로 잘못 입력한 것이 사고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영수 공군 참모총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공군 KF-16 전투기 오폭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국민 사과 및 사고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채널A에 따르면 컴퓨터가 잘못 입력된 좌표를 토대로 고도값을 평지에 해당하는 500여 피트(약 150m)로 계산해 보여줬는데, 사고 조종사는 승진과학화훈련장의 사격 목표 지점에 적합한 고도인 2000피트(약 600m)로 직접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종사는 산 꼭대기에 위치한 승진사격장 높이보다 훨씬 낮은 평지에 해당하는 숫자가 떴지만 당초 위도 좌표 오류는 눈치채지 못한 채 고도값만 수정하는 바람에 잘못 입력한 좌표와 달리, 약 2㎞ 떨어진 제3의 장소인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낙하하게 된 것이다.

애초 잘못 입력한 좌표 지점인 제2의 장소에는 포천 주둔 육군 부대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5층짜리 군인아파트 4개동이 있었다. 100명 넘는 인원이 모여사는 곳으로, 만약 이곳에 폭탄이 떨어졌더라면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군은 지난 10일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직접 발표한 사고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이같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폭의 직접적 원인과 상관이 없는 내용이어서 조사결과 발표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