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AI 전쟁’ 승자는… 29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선보인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로고(왼쪽)와 미국의 오픈AI의 챗GPT 로고가 스크린에 함께 표시된 모습. 딥시크는 R1 출시 일주일 만인 27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챗GPT를 제치고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AFP 연합뉴스

■ 딥시크, ‘중국제조 2025’결실

첨단산업에 10년간 집중 투자
보조금·감세·데이터센터 구축
“260개 지표중 86%이상 달성”

習 “고품질 기술 자립·자강을”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kSeek)의 성과는 중국 정부가 ‘중국제조 2025’ 전략 아래 10여 년간 첨단산업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한 결과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제조 2025 1단계의 마지막 해인 올해 신년사에서 ‘고품질 발전’과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거듭 강조한 바 있어, 중국의 AI 등 첨단산업 개발 투자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내 AI 스타트업은 4000개 이상으로 제2, 제3의 딥시크가 잇따라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딥시크의 탄생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을 저부가가치 제조업 대국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 강국으로 키워내겠다며 지난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이 깔려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제조 2025에 담긴 260개 이상의 정량 지표 중 86% 이상이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첨단 기술 기업들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AI 등 혁신적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며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전략을 편 덕분이다. 특히 AI를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적 신흥 사업으로 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AI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AI 전용 클라우드 플랫폼과 데이터 센터도 구축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 주시 중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9월 ‘중국이 만든 세계’ 보고서에서 10대 전략 산업 중 전기차와 전력, 조선, 고속철도의 4가지 산업 부문에서 중국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 생명공학, 신소재, 로봇 공학 등 5개 산업에서는 목표를 부분 달성했다고 평했다. 중국이 완전히 목표 달성에 실패한 분야는 농업기술 분야뿐이었다.

루비오 장관은 “시장을 왜곡하는 보조금, 전략적 계획을 통해 중국은 이제 21세기 지정학적 우위를 결정할 많은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딥시크가 AI 분야에서 거둔 성과로 중국 IT에 대한 평가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내 AI 관련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어 기술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중국 신세대 인공지능 기술 산업 발전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중국 내 AI 기업 수는 4000개 이상이다. 중국은 대형 AI 모델, 딥러닝 플랫폼 및 응용 기술 등을 포함하는 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평했다. 중국 국가공업정보보안발전연구센터가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특허 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까지 AI 관련 중국 공개 특허는 6만2000건에 달한다.

시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고품질 발전과 과학·기술 자립자강 추진을 거듭 강조하면서 중국의 AI를 비롯한 기술 개발 지원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우리는 지역 사정에 맞게 신품질 생산력을 육성했고, 신산업·신업종·신모델이 앞다투어 등장했다”며 “고품질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추진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의 양호한 추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 중국 정부가 2015년에 발표한 국가 발전 전략으로, 중국을 고도화된 제조업 강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이다. 전략은 3단계로 나뉘는데 핵심기술 부품 및 기초소재의 국산화율을 70% 수준으로 높여 정보기술(IT)과 로봇, 항공우주, 신소재 등 10대 핵심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제조업 강국 대열에 들어서는 것이 1단계(2015~2025년) 목표다. 1단계는 올해 마무리된다. 국가별로 등급을 1등급(미국), 2등급(독일·일본), 3등급(한국·영국 등)으로 분류해 2단계(2026~2035년)에서는 독일과 일본을 넘어 강국의 중간 수준에 진입하고 3단계(2036~2049년)에 최선두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