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날개 펼쳐 보지도 못하고… 30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우드의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에 전날 발생한 여객기 사고 희생자들의 사진과 그들을 기리는 백장미가 놓여 있다. 이번 사고 희생자 중에는 해당 클럽에 소속된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지나 한(오른쪽 사진)과 스펜서 레인(왼쪽 사진)이 포함됐다. AFP 연합뉴스

■ 軍헬기 충돌… 67명 전원사망

16·13세 남녀 선수 2명 참변

“헬기측 실수” “관제사 업무부담”
‘사고원인 人災’ 무게 실리는 중
트럼프 “안전기준 낮춘 바이든탓”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서 일어난 여객기와 군용 헬기 충돌사고로 두 항공기 탑승자 67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내에서 2001년 이래 최대 항공기 관련 참사다. 사망자 중에는 한국계 10대 남녀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항공 안전 인력 기준을 낮춘 탓이라고 전(前) 정부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헬기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고 뉴욕타임스(NYT)는 관제사의 업무 부담이 컸다고 보도하는 등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DC의 존 도널리 소방청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구조 작전에서 (시신 등의) 수습 작전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8시 53분쯤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착륙하려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근처에서 훈련하던 육군 헬기와 충돌해 두 항공기 모두 포토맥강에 추락했다. 항공기에는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등 총 64명이, 헬기에는 군인 3명이 타고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2001년 11월 12일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주택가로 추락해 260명 전원이 사망한 이래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항공기 사고다.

외신은 여객기에 1994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 챔피언 출신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슈슈코바와 바딤 나우모프 부부를 비롯한 전·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코치 약 20명이 탑승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중 한국계 선수도 2명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보스턴 스케이팅 클럽 소속으로 여자 피겨 유망주인 지나 한(13) 선수와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남자 피겨 선수 스펜서 레인(16)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크게보기 30일 미국 구조대원들이 전날 워싱턴DC 포토맥강에 추락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육군 헬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진정한 비극”이라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채용 기준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전 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중시 인사 정책으로 인해 능력이 부족한 항공관제 인력이 채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항공청(FAA) 청장 대행으로 FAA에 22년간 근무해온 크리스토퍼 로슈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한편, NYT는 사고 당시 관제탑의 근무 인력 상황이 “시간과 교통량에 비해 정상이 아니었다”고 평가한 FAA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2명이 해야 할 관제 업무를 1명의 관제사가 진행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브리핑에서 헬기 측의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헬기가 명백하게 적절한 방향 전환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