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 양극화의 단면 : 영어유치원 4만명 시대

“한글을 몰라도 아무 상관 없어”
3~5세반 수업 80%가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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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3세(만2세) 반’ 아이들을 모집한 서울 E 영어유치원은 입학설명회에서 모든 수업이 대부분 영어로만 이뤄지는 ‘노 코리안(No Korean)’이라고 홍보했다. “한글을 몰라도 아무 상관 없고, 오히려 모국어가 자리 잡기 전 영어를 배워야 원어민처럼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유아 영어학원)이 운영하는 3∼5세(만2~4세) 반에서는 전체 수업의 80% 이상이 영어 공부에 집중돼 있다. 파닉스(글자와 발음을 연결하는 학습법)를 배우고, 영어단어를 외우며, 영어 원서를 읽는 식이다. 3∼4세에게는 아직 낮잠이 필요하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일반 유치원을 다녔다면 정기적으로 떠났을 소풍이나 견학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학원 밀집 지역에 위치한 탓에 운동장이나 놀이터가 없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기도 어렵다. 체육·미술 활동이 있지만 5일 수업 중 1∼2시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영어로, 대부분은 실내 공간에서 진행된다.

모국어를 깨치기도 전에 시작되는 영어 몰입 수업에 일부 아이들은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경기 광주시에 거주하는 A 씨의 5세 자녀는 지난해 영어유치원을 다니다 ‘선택적 함구증’에 걸렸고, 병원에서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영어유치원에서 일반유치원으로 옮긴 지 9개월이 넘어가지만 아이는 여전히 원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정아 국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3∼5세 때 지나친 영어몰입 학습은 언어·사회성·정서적 발달에 모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율·노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