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23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골자로 한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재계는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내 첨단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날 오전 별도 자료를 내고 “금번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부채 부담 완화 필요성, 가계와 소상공인 등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기업에 대한 차등 인상으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이미 한계 상황에 놓인 국내 산업계의 경영활동 위축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전은 광업,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을’ 요금을 10.2%, 중소기업이 쓰는 산업용 ‘갑’ 요금의 경우 5.2% 올리기로 했다. 평균 9.7%를 인상하는 것으로 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이 16.1원 오른다.

재계는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 업계 등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반도체·AI 등 미래 첨단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전력망 확충’을 위해 산업계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에선 “글로벌 트렌드를 역행한 결정”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은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전력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며 “결국 기업 스스로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무실해진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용과 산업용의 전기 원가는 같은데도 산업계의 전기 사용량이 많다는 이유로 요금을 인상하면 전력 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고 소비자에 대한 가격 신호가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원가주의에 기반한 전기요금 결정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