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기업에 전기료 고통분담 당부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용 전기요금 단가를 인상키로 한 가운데 23일 서울 중구 한전 서울본부 로비에서 방문객들이 실시간 전력 수급 현황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산업용 전기료 평균 9.7% 인상

대기업 전력고객 0.17%지만
총 전력사용량의 48.1% 소비

16.1원 인상 시 年 매출 4.7조
41조 적자 한전, 부채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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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적자와 부채를 개선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검토하던 전력 당국이 이번에 주택용 등 서민 전기요금은 그대로 둔 채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한 것은 인상 파급이 미치는 전력고객의 범위는 적지만 매출 확대 효과는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 당국은 최근 내수 부진으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자영업자 대신 수출 호조 등으로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수출 대기업 등에 요금 고통 분담을 당부했다.

2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번 인상안이 적용되는 전기요금은 산업용(갑), 산업용(을) 등 두 가지 전력고객 분야다.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갑) 전력요금은 계약전력이 300㎾ 미만이며, 대기업 등 대용량 전력고객인 산업용(을) 전력요금은 계약전력 300㎾ 이상이다.

이번에 한전은 24일부터 산업용 전기에 대해서만 전력량 요금을 평균 9.7% 인상하기로 했다. 산업용(을)은 10.2%, 산업용(갑)은 5.2% 각각 인상된다. 금액으로 치면 산업용(을)은 kWh당 평균 16.9원, 산업용(갑)은 평균 8.5원 각각 인상된다. 이를 합하면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16.1원 인상되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에서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도 전반적인 경제 상황, 경제 주체에 관해 많이 고려했다”며 “수출 대기업이 요금 인상의 고통을 분담했으면 하는 판단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요금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용 전력고객은 전체 2512만9000호의 약 1.7%인 44만여 호에 불과하다. 또 이 가운데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산업용(을) 고객은 4만1000호(0.17%)뿐이다. 그러나 산업용(을)의 전력사용량은 지난 2023년 기준 263TWh로, 총 전력사용량 546TWh의 48.1%를 차지한다. 또 산업용 전체 고객으로 확대해도 총 전력고객의 1.7% 정도인 44만 호이지만 전체 전력사용량 가운데 53.2%를 차지한다.

이번 인상을 통해 한전은 매출 확대를 통한 적자·부채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현재 요금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1원을 인상하면 연간 2700억 원의 매출 확대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번에 산업용 인상분 평균금액 16.1원을 적용할 시 연간 약 4조7000억 원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지난 202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약 41조 원, 올 상반기 기준 부채는 약 203조 원(연결)이다. 또 차입 경영에 따른 이자비용만 하루 122억여 원씩 발생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희망퇴직 등 고강도 자구책을 이행했음에도 자체적 노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러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됐다”며 “한전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