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시정 참여하는 주민들 지난해 7월 경기 의정부시 흥선동 행정복지센터 흥선홀에서 ‘의정부 생활폐기물 소각 및 처리시설 문제 해결 시민공론장’이 열린 가운데, 주민들이 폐기물소각장 입지 등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의정부시청 제공

■ ‘갈등없는 합의’ 무엇이 달랐나

市 ‘지원하되 개입 안한다’ 원칙
폐기물 관련정보 투명하게 공개
토론회 거쳐 주민이 부지 결정

주민경청회 등 통해 협치 계속
기본계획 용역 후 2027년 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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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대표적 기피시설인 폐기물소각장 입지 선정을 놓고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주민 간 완벽한 합의를 거쳐 입지를 선정한 경기 의정부시의 성공 스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오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장 신설이 ‘발등의 불’이 됐음에도 지방자치단체마다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광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시가 주도적인 역할에서 후퇴해 시민 공론장을 최우선 마련한 점, 토론 의제를 명확히 하고 소각장 건설의 불가피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점, 투명한 정보 전달을 통해 신뢰를 쌓은 점, 고른 발언 기회와 투표 보장 등 민주적 절차를 중시한 점 등이 성공의 열쇠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7월 주민 합의를 거쳐 2029년까지 자일동 216 일원 환경자원센터 일대에 일일 소각량이 220t에 달하는 생활 폐기물 소각·처리시설을 새로 세울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의정부시 소각장 현대화 계획은 지난 2017년부터 논의를 해왔으나, 지역 주민의 반대로 시설 입지를 정하지 못해 왔다. 그러나 2022년 6월 새 소각장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민선 8기 김동근 시장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논의 과정이 시작됐다.

우선 1년간 각 동의 주민 대표들이 모인 시민 주도의 공론장을 마련, 소각장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고, 추후 민주적 투표 결과에 승복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시는 지난해 7월 3차에 걸친 시민토론회를 열어 주민 합의를 토대로 자일동 환경자원센터 일대를 소각장 부지로 선정했다.

의정부시는 소각장 입지 선정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 요소는 시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행정은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이를 위해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시내 4개 후보지별로 주민 60명을 토론 참여자로 선정했다. 토론 과정에서는 생활폐기물과 소각시설 관리 실태, 소각 규모, 입지 부지별 여건 등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했다. 또, 최적 대안 도출,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 필요재원 마련 방안, 건강과 환경 최소화 방안, 자원순환 촉진과 시민 참여 방안 등을 주제로 전문가와 함께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회에서 입지 선정을 두고 참여자들이 투표한 결과 자일동이 76.1%, 녹양동이 15.2%, 가능동이 8.7%로 나오면서, 자일동이 후보지로 결정됐다.

시는 소각장 입지 선정을 한 이후에도 지난 1년 동안 6차례에 걸쳐 자일동 주민간담회를 잇달아 열어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편익시설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민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완벽한 합의와 사업 추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현재 의정부시는 소각장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행 중이다. 오는 11월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27년 소각장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소각장은 이르면 오는 2029년 준공된다.

토론에 참여한 자일동 주민 조득현(77) 씨는 “공론화 과정에서도 우리 마을이 정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과거 재활용폐기물 분류와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시설이 있는 환경자원센터를 넣을 때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피해 주민을 위해 합당한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