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대제철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 제공

건설 침체로 철강업계 위기속
회장 자택 인근서 현수막 동원

건설·부동산 침체로 철강업계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 노조가 사상 최대 성과급을 달라며 서울 주택가에서 ‘민폐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 등을 동원한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이날로 네 번째다. 노조가 등교하는 학생과 출근하는 직장인이 오가는 주택가에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시민 불편도 유발했다. 한 주민은 “아침 출근길에 노조원들이 험악한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나와 있어 지나갈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사상 최대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부동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현대제철은 최근 경영 부담이 가중돼 가동률이 10%대로 떨어진 포항2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노조의 반발로 인해 일부 재가동 및 2조2교대 근무 축소 형태로 전면 가동 중단은 유예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 여파가 커지면서 위기가 고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는 돌아가며 대규모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전년도(2023년) 연간 매출액(약 11조7000억 원)의 2%(약 2340억 원)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지난해 10월 한 달 가까이 파업을 했다. 변속기 공급이 중단돼 현대차·기아 생산 차질까지 빚어졌다. 현대트랜시스는 이달 13일 해를 넘겨서야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경영계는 노조의 만성적인 시위, 파업이 길어질 경우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장은 “대외 경제 환경 변화와 건설 등 내수 경기 침체로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의 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우고 있다”며 “경제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