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산업부 차장

지난 4일 개막한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핵심 의제로는 당연히 경기 부양책과 부동산 대책이 꼽히지만, 최근 중국 매체들은 또 다른 주요 의제로 저출생·고령화 대책을 지목했다. 인구 감소 속에 노인 비중은 커지면서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사회보장연구소도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정년을 65세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법정 퇴직 연령은 남성 60세, 사무직 여성 55세, 생산직 여성 50세 등이다.

정년 연장 논의는 곧 국내에서도 피할 수 없는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일부 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상 의제 중 하나로 끼워 넣고 있는 수준이지만,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고령자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어떻게든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분기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4분기에 0.65명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었지만, 올해는 연간으로도 0.6명대 추락(통계청 예상 0.68명)이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에서 4분의 1 이상은 이미 합계출산율 0.7명이 무너진 상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전국 261개 시·군·구 가운데 지난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7명을 밑돈 곳은 26.8%에 달했다. 이런 극심한 저출생 현상 속에 노인 인구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초고령사회(고령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4일 펴낸 ‘임금·HR(인사관리) 연구’ 2024년 상반기호 주제를 ‘고령화시대 기업의 전략적 인사관리 방안’으로 정하고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뤘다. 이에 따르면 정년 연장에 앞서 선행돼야 할 과제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임금·HR 연구’에서 조직컨설팅 업체 ‘콘페리’의 손애리 상무는 “고령 인력의 계속 고용과 적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기존 연공적 성격에서 벗어나, 역할과 성과를 기반으로 처우가 결정되는 보상 시스템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일본 정부의 고령자 고용지원정책과 고령자 고용 우수기업 사례 분석을 통해 “일본은 1994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로는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고 다양한 지원 대책을 시행했다”며 “기업과 고령자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령 근로자들이 노동 시장에 더 오래 남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연공형 임금체계에서 정년부터 늘리면 임금은 물론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까지 기업 부담이 급증하게 된다. 일률적 정년 연장에 경영계가 부정적인 이유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비롯해 고령자의 파견 허용 업무(현재 32개로 제한) 확대,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규제 개혁, 일하는 방식의 다양화 등을 통해 기업 스스로 고령자 고용에 앞장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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