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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출연료 수준은? … 3~4회만 출연해도 강남 아파트 한채 값

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입력 2024-02-07 09:20
  • 수정 2024-02-0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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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이정재



■ What - 회당 10억… 천정부지 출연료

송중기·이종석 등도 5억 이상
16부작 1人 개런티만 80억
드라마 시장 불만 함께 커져

국내 콘텐츠 해외 수출하려면
글로벌 인지도 높은 배우 필요
출연료 상한선 도입 주장에도
제작사간 출혈경쟁 이어질듯


“제가 농담으로 ‘돈값 해야지’ 이러는데, 진심입니다.”

배우 김고은은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개런티에 대해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최근 일부 배우의 고액 출연료가 K-콘텐츠 시장의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과연 그 정도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천정부지 솟은 출연료에 걸맞은 수익을 안기며 ‘돈값’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두고 활황이던 K-콘텐츠 시장이 주춤하면서 배우들의 개런티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배우의 인지도에 따라 해외 수출과 판권료가 결정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줄이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박이 맞서는 모양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이종석



◇몸값 논란, 왜 촉발됐나?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실에서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자리의 주요 화두는 배우들의 출연료였다. 참석들은 “주인공은 이제 회당 ‘억’ 소리가 아니라 ‘10억’ 소리가 현실” “제작사와 방송사가 드라마 판을 키웠지만 일부 배우만 그 과실을 가져가는 게 아닌가 답답하다” 등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콘텐츠 제작비는 껑충 뛰었다. 10년 전만 해도 1회 기준, 회당 5억 원 안팎이 투입돼 100억 원으로 16부작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52시간제의 시행으로 인건비가 크게 오르고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며 현재는 1회 기준 10억 원 안팎이 평균값이 됐다.

그중에서도 “배우들의 개런티 상승률이 특히 가팔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로 진출하게 되고, 인지도가 급상승한 배우들의 몸값 역시 여기에 비례해 우상향 곡선을 그린 결과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송중기



◇배우 몸값, 실제 수준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의에서 ‘10억 원’이 언급됐지만, 현재 드라마 1회당 10억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국내 배우는 1명뿐이다. 그 주인공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주역인 이정재다. 시즌1 출연 때만 해도 이 수준에 크게 밑돌았으나 ‘오징어게임’ 출연 이후 미국 최고 권위 방송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스타워즈 새 시리즈인 ‘애콜라이트’의 주연을 맡는 등 그의 위상은 ‘월드 클래스’ 수준으로 도약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출연료는 넷플릭스와 배우 매니지먼트 간 약속한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식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촬영 중인 시즌2의 회당 출연료는 15억 원에 육박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톱A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들의 회당 개런티는 5억 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배우 송중기, 지창욱 등이 앞서 출연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회당 3억 원 선을 돌파했고,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 신작 ‘폭싹 속았수다’의 남녀 주인공인 아이유, 박보검의 몸값이 회당 4억∼5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현재 송중기, 이종석 등을 잡기 위해서는 회당 5억 원 이상을 베팅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충무로는 영화계가 불황에 빠지며 배우 출연료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였다. 배우 송강호, 이병헌, 하정우 등이 2019년 기준 ‘10+10’, 즉 출연료 10억 원에 수익 지분 10%를 약속받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품이 속출하고, 영화계에 몰리던 돈줄이 마르면서 영화 1편을 기준으로 한 배우들의 몸값 역시 주춤하고 있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아이유(왼쪽), 박보검



◇배우 몸값=아파트…왜 안 떨어질까?

업계 내에서는 배우들의 출연료를 집값에 비유하곤 한다.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강남 8학군 아파트값처럼 도무지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일시적인 하락은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다. 1급지 대장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은 재건축이다. 값비싼 아파트가 노후화될 무렵, 근처에 또 다른 신축 건물이 대장 아파트가 되며 집값을 이어받아 끌어올리는 패턴이다.

이는 배우 몸값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있듯, 10년 이상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스타는 드물지만 항상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은 있다. 한 때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스타는 나이들고 흥행 실패가 늘며 자연스럽게 몸값이 하락한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타가 배턴을 이어받듯 과거 스타의 몸값을 지탱하며 웃돈을 얹어 받는다. 20년간 매니지먼트에 종사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스타들은 세대 교체되는 과정에서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기존 출연료를 떠받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니 스타의 몸값이 하락 없이 오르기만 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연료 하락, 가능할까?

K-콘텐츠 업계에서는 상생을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출연료를 회당이 아니라 총 촬영 일수와 시간 기준으로 바꾸자는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16부작’ 중심이었던 드라마 시장의 패턴이 깨졌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선호하는 기존 지상파 미니시리즈는 대부분 16부작이지만, OTT 콘텐츠는 4∼12부작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작품 한 편을 촬영할 때 배우들이 할애하는 시간은 비슷하다. 작품 한 편에 참여하며 총액 기준 30억 원을 받는 스타가 있다고 하자. 6부작 OTT 콘텐츠에 참여할 때 그들의 회당 몸값은 5억 원이다. 이 기준을 지상파 드라마에 고스란히 적용한다면, 16부 출연에 80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중국처럼 배우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안이 현실화될 것이라 내다보는 이는 드물다. 시장논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고액 몸값을 제시하는 건 스타들이지만, 이를 수용하는 건 자금을 대는 제작사나 편성사다. 즉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생기고, 스타들의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몸값이 솟구치는 구조다. 무엇보다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스타가 출연하면 해외 수출이 용이하기 때문에 웃돈을 주면서 캐스팅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다. 이 때문에 판권 지분을 요구하는 스타도 있다.

지난 2020년, 배우 전지현·주지훈이 출연한 드라마 ‘지리산’은 방송 전 일찌감치 중국계 OTT 아이치이에 국내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방영권이 판매됐다. 당시 NH투자증권은 “전체 제작비(약 320억 원)의 80% 이상이 아이치이와의 계약을 통해 보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싼 개런티를 지불하면서도 스타를 기용하는 이유이고, 이를 알고 있는 제작사들은 자발적으로 이 경쟁에 동참한다. 스타들을 향한 “몸값을 내리라”는 호소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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