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푸에르사 레히다’ 공연 취소 공지. 푸에르사 레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우리 도시에 발을 들이지 마라. 이번 공연이 네 삶과 경력의 마지막 순간이 되고 싶지 않으면…”

멕시코에서 마약과 여성 등을 가사 소재로 쓰며 인기를 끈 밴드 그룹이 현지 카르텔의 위협으로 콘서트 계획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엘솔데티후아나와 노티시아스데티후아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 유명 그룹인 ‘푸에르사 레히다’는 전날 밤 공식 소셜미디어에 오는 6일로 예정됐던 티후아나에서의 행사 취소 사실을 공지하며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들은 공연장(칼리엔테 스타디움) 주변에 푸에르사 레히다를 향한 협박성 메시지를 담은 배너가 걸린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배너에는 그룹을 향해 “우리 도시에 발을 들이지 말 것”이라거나 “이번 행사가 그들의 삶과 경력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인기 그룹인 ‘페소 플루마’ 역시 잇따른 협박으로 인해 공연을 취소했다. 페소 플루마는 오는 14일 티후아나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었지만, 비슷한 취지의 살해 협박 메시지를 받고 행사 계획을 철회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소행의 배후에 멕시코의 악명 높은 조직인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그룹이 주로 다루는 가사의 내용이 갱단원들의 불만을 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푸에르사 레히다와 페소 플루마는 2020년대 미국 남부와 멕시코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코리도스 툼바도스’라는 장르를 이끄는 대표 그룹이다. 코리도스 툼바도스는 멕시코 일부 지역 민요인 코리도스에서 나온 용어로, 마약, 돈, 사치품, 여성 등에 관한 주제를 노랫말에 담거나 카르텔을 비하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