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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훈의 백년前 이번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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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家族)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을 말한다. 따라서 가족 중 한 사람의 부재(不在)는 그 가족에게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가의 가족, 그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그 가족의 이야기 하나가 1925년 4월 1일 동아일보에 실린다.

‘재작년 여름 서울을 비롯하여 조선 천지가 들끓던 의열단(義烈團) 사건이 일어나자, 거기 연루자로 잡혀 들어가며 5년이라는 턱없는 징역의 선고를 받고 현재 복역 중에 있는 김한(金翰·사진) 씨의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지금 그의 가족으로는 괴로운 세상에 온갖 쓴맛을 다 맛본 68살의 어머니 이 씨와 공규(空閨·오랫동안 남편이 없이 아내 혼자 거처하는 방)를 홀로 지키고 있는 38살의 부인 배 씨, 그리고 원정(元貞·14)과 예정(禮貞·7)의 두 어린 딸로 위로를 삼으며 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일찍이 김한 씨가 하루아침 뜻 아닌 길로 잡혀간 후 이 네 식구는 의지할 곳이 없는 신세였습니다. 아직 젊은 배 씨 부인은 연약한 체질임에도 남편의 사식(私食·교도소에 개인적으로 들여보내는 음식) 차입, 늙으신 어머님을 공궤(供饋·윗사람에게 음식을 드림)하기 위하여 집에서 한 10리나 되는 용산 대륙(大陸) 고무공장에 작년 정월부터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루에 고무신 한 개에 5전씩이나 6전씩 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한 달에 10원이나 조금 더 되는 돈을 얻어 겨우겨우 살림을 유지하느라고 아침 6시에 집을 나가면 밤 7시에야 돌아옵니다. 이렇게 힘겨운 노동을 하는 부인의 몸이 점점 쇠약해져서 갸름하고 곱게 생긴 얼굴에는 온갖 고생을 나타내는 광대뼈가 나오고 눈은 기운에 지쳐 핼쑥하게 되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부인은 먼 용산을 가고 올 적에 외로운 자기의 신세와 추운 감방에서 콩밥을 먹는 남편의 신세 또는 늙으신 어머님의 매일 아들을 그리는 정경(情景), 어린 딸들의 아버지 찾는 소리를 연상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날마다 하는 상사(常事·일상적인 일)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늙은 어머님과 부인의 낙(樂)은 무엇이었을까?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면회와 편지를 유일한 낙으로 어서어서 출감(出監)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김한 씨는 지난해 동짓달에 면회한 후로는 박렬(朴烈) 사건의 증인으로 동경으로 간 후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는데, 다음 달쯤에는 조선으로 나오리라고 하여 그 가족은 날마다 어서 나와서 면회하기를 고대 고대하는 중입니다. ‘어린 손녀의 아비 찾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 원수의 세상을 저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며 어머님은 늙어 주름진 얼굴에 슬픈 빛을 띠며 눈물이 그렁그렁해 이야기하더이다.’

한 줄기 바람, 한 줄기 햇볕이었던 독립 운동가의 가족 이야기이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마땅히 한 번쯤은 불러 봐야 할 이름들이다.

19세기발전소 대표

※ 위 글은 당시 지면 내용을 오늘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옮기되, 일부 한자어와 문장의 옛 투를 살려서 100년 전 한국 교양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