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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여야 대치 속 표류하는 AI법안… ‘세계최초’ 타이틀도 뺏길 판

노성열 기자
노성열 기자
  • 입력 2023-09-27 08:59
  • 수정 2023-10-1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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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 = 김유종 기자



■ AI 스탠더드, 한국이 만들자 - (2) 정쟁·부처 엇박자에 경쟁 발목

챗GPT 대항할 K-AI 시급한데
산업부서 발표한 AI 윤리표준
과기부서 3년전 만든 기준 중복
업계 “일일이 검토 어려워” 혼란

AI법안, 소위통과 후 7개월 방치
EU 관련법안이 먼저 통과될 듯

“R&D-사업화 구분 사라진 상황
중복분야선 부처간 역할 분담을”


국내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표준 구축을 위한 자율 경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 규율은 이를 제대로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부처 간 AI 정책이 중복되거나 엇박자를 내면서 업계에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AI 관련 법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발했지만 여야 대치 정국 속에 법안이 표류하면서 세계 최초의 영예도 뺏길 위기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업계에 따르면 LG, 네이버, 카카오 등은 자체 AI 윤리 원칙에 따라 초거대 생성 AI를 제작했거나 제작하는 중이다. 국내 민간업체들이 공공 규제의 틀이 잡히기도 전에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지난해 11월 놀라운 성능의 생성 AI 겸 대형언어모델(LLM) 챗GPT 3.5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챗GPT는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으면서 생성형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비슷한 성능의 구글 LLM ‘바드’, 메타의 ‘라마’ 등 후발 주자가 등장했지만, 챗GPT의 승자독식 효과로 인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한국어와 한국 콘텐츠에 특화된 장점을 내세우지만 아직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도 세계적 흐름에 뒤처질 수 없기에 속속 한국형 AI를 발표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도 이 같은 민간 개발 속도에 맞추어 지난 6월 AI 국가표준(KS) 작업 차원에서 AI 윤리 표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앞서 발표된 과기정통부의 AI 윤리 원칙과 중복되면서 부처 간 업무 조율이 잘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020년 AI 윤리 기준을 처음 제정하는 등 우리가 선례를 만들고 있는데 (산업부가) 왜 뒤늦게 유사한 내용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작 업계에서는 정부의 AI 개발 지침 및 윤리 표준에 대해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I 관련 업체 대표는 “금시초문”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일일이 검토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회가 제정을 추진하는 우리나라 AI 관련 법안도 올 연말 통과될 유럽연합(EU)의 AI 법안(AI Act)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 법으로 통칭되는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은 2월 정필모·윤영찬 의원 등 7명의 의원입법 병합안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야당의 방치로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안은 총리실에 인공지능위원회와 신뢰성 전문소위를 두고, 정부는 고위험 영역 사업자에게 신뢰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하는 등 국제 수준의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이 AI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과거 데이터 관련법 제정 당시의 ‘늑장 입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익명성을 적정선에서 보장한 가명 정보제의 도입이 경쟁국보다 늦어지면서 데이터 기반 서비스 사업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한 글로벌 빅테크에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빼앗겼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과 사업화 간 구분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 중복 분야에서는 적절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AI 표준은 국제 표준, 국가 표준, 업계 표준 등 다양한 층위가 있는 만큼 ‘한국형 표준’의 전체 위상이 높아지도록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대승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회장(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 당선되면서 한국이 AI 관련 국제표준 제정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신임 회장이 내년부터 2년간의 임기 동안 AI 국제표준화 작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열 서울과학기술대 교수(AI 표준 로드맵 작성위원)는 “여러 부처가 AI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중복과 충돌, 예산 집행의 효율성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한국이 국제 표준 최대 공식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ISO/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등에 조기 참여해 의미 있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아직 남은 표준화 여정이 긴 만큼 국가 전략 마인드를 갖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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