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경오 대한민국항공회 명예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태극기 옆에 서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한미동맹 70년, 새 미래로 간다 - 첫 여성 공군 조종사 김경오

휴전뒤 이승만 권유로 미국 유학
비행기 기증 받아와 후학 양성

“함께 6·25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이 세상을 많이 떠났어. 한·미 동맹이 없었으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됐을까 생각도 많이 해.”

대한민국 건국 후 첫 여성 공군 조종사인 김경오(89) 대한민국항공회 명예총재는 “6·25전쟁 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로 불러 전역과 미국 유학을 권유했고 그 뒤로 삶의 지평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1948년 정부 출범 후 육·해·공군을 독립시킬 것을 지시하며 여자 항공대를 창설하고 여자 항공병도 함께 육성하라고 지시했다. 김 총재는 이때 뽑힌 15명의 1기 생도였고, 1952년 전쟁 중 첫 비행까지 군을 지켰던 유일한 여성 생도였다.

김 총재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전쟁이 나도 기꺼이 전투기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1952년 첫 비행을 시작한 뒤 대구, 사천, 진주, 대전 등 비행장에서 비행장으로 기밀문서를 수송하는 임무를 받아 복무했던 김 총재는 “16대가 전투를 갔다 오면 다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어깨동무하고 빨간 마후라 부르던 동료가 돌아오지 못하는, 날마다 전우의 죽음을 마주했고, 나 역시 언제라도 적 공격에 희생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전쟁의 참혹함을 설명했다.

‘첫 여성 공군참모총장’을 꿈꿨던 김 총재가 전쟁 후 이른 전역을 한 데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미국 가서 선진기술을 배우고 후학 양성하라고, (이 전 대통령이) 경무대에 불러 말씀하셨다”며 “어느 날 학교에서 군화 신은 학생이 ‘남한에서 왔냐’고 묻더니 자기가 ‘6·25전쟁 때 공군으로 참전했었다’고 다가왔다. 교내 신문 편집장이었던 그분이 인터뷰를 해줬고, 그렇게 미국에 알려져서 1963년 미국에서 항공기 한 대를 기증받아 귀국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