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미국 끊이지 않는 추모 열기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19명의 미군 병사 조각상을 살펴보고 있다. 워싱턴DC = 서종민 기자

■ 한미동맹 70년, 새 미래로 간다 - (1)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르포

연인원 178만… 전사 5.4만
“부름에 응한 용사들 기린다”
“절대로 잊혀선 안되는 전쟁”

조약에 소극적이던 미국 행정부
이승만 반공포로 전격석방 등
승부수 띄우자 체결로 전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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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연 기자, 워싱턴DC=서종민 기자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은 시민들은 6·25전쟁과 한·미 동맹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었다.

기념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19개 조각상 아래로 ‘전혀 몰랐던 나라,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기린다’라는 문장이 보였다. 도로 명칭이 각각 독립(Independence)과 헌법(Constitution)을 의미하는 인디펜던스 애비뉴와 컨스티튜션 애비뉴로 지어진 것도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상징하기 위한 목적이다.

텍사스에서 이곳을 찾은 존 칼훈(61) 씨는 “6·25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베트남 전쟁에 비해 미디어가 다루는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이 전쟁이 잊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이곳을 먼저 찾았다”고 했다.

한·미 동맹은 195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최강국과 최약소국 간에 맺어지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동맹의 태동은 미국의 6·25전쟁 참전에서 비롯됐다. 공산주의 침략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해리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6·25전쟁 참전을 결정했다.

1950년 6월 25일 딘 애치슨 당시 국무장관으로부터 북한의 남침 보고를 받은 트루먼 대통령은 “딘,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 개자식들을 막아야 합니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시 소집돼 북한의 적대행위 중단과 38선 이북 철수를 요구했고, 한국을 돕는 회원국들이 유엔군의 깃발 아래 모여 미국 지휘하에서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연인원 178만 명에 달하는 파병과 미군 사망자 5만4246명(한국전참전기념공원 표기 기준)은 한·미 동맹이 혈맹인 사실을 말해주는 토대다.

전쟁 초기엔 북한군의 거센 공세에 밀린 끝에 낙동강 전선까지 방어선이 후퇴했다. 전세를 역전시킨 결정적 계기는 9월 인천상륙작전이었다. 수세에 몰려 있던 국군과 유엔군은 공세로 전환했고, 38선을 넘어 북진에 나섰다. 중공군의 참전으로 전황은 다시 한번 반전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휴전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한국에 손발이 묶이는 것을 피하려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1953년 6월 18일 약 2만7000명의 반공포로를 일방적으로 석방하는 결단으로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휴전을 반대하는 이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에버레디’ 계획까지 갖고 있던 미국은 충격을 받고 월트 로버트슨 국무부 차관보를 한국에 급파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벼랑 끝 승부수가 통하며 휴전협정 체결 직후인 8월 상호방위조약이 서울에서 가조인됐고, 10월 1일 워싱턴DC에서 정식으로 체결됐다.

미군은 6·25전쟁에서 막대한 희생을 치렀지만, 참전 당시 목표였던 ‘전쟁 이전 상태로의 회복’을 달성했고 지금까지 한·미 동맹을 통해 한국 방위를 함께 책임지고 있다. 트루먼 대통령은 전쟁 중 한국 포기를 제안하는 클레멘트 애틀리 당시 영국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국은 친구가 어려울 때 버리는 나라가 아닙니다.”

문화일보·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