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승자 확인 없이 출입 보안 허술
샤워실 내부, 밖에서도 훤히 보여

부안=권승현·이소현 기자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9일 한반도에 진입해 10일 영남권을 비롯한 내륙 지방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초긴장 상태다. 아직도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을 만큼, 배수 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비바람이 몰아치면 사실상 영내에 머물기 어렵기 때문이다.

7일 잼버리 현장에서 만난 파키스탄 운영위원 F 씨는 “지난달 30일 새만금에 도착해서 보니 텐트도 없고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는 등 전혀 준비된 게 없어 요가 매트에서 3명이 자야 했다”며 “태풍이 오면 이곳은 물에 잠길 게 뻔한데, 또다시 요가 매트에서 자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새만금 부지는 애초 농경지로 조성된 땅이어서 평평하기에 배수가 원활하지 않다.

허술한 보안 등 파행 운영은 여전했다. 전날 오후 8시쯤, “친구가 잠깐 놀러 온 것이라고 하면 참가자 목걸이가 없어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는 운영위원 A 씨의 차를 타고 영지 안으로 들어가 봤다. 해가 진 지 오래였지만 폭염에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오후 9시 30분쯤 영지에서 대원 1명이 쓰러져 소방대원들의 구조를 받고 있었다. 주변엔 인도네시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운영위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F 씨는 “우리 파키스탄 대원 3명도 온열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치료받고 복귀했다”며 “하루에도 이런 광경들을 여러 번 본다”고 했다.

영지가 드넓어 셔틀버스 이용이 필수적이지만, 배차 간격이 긴 데다 땡볕에서 기다려야 해서 참가자들의 불만이 컸다. 참가자 B 씨는 “셔틀버스 간격이 30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지만, 일방으로만 통행해서 있으나 마나 하다”고 했다. 이 탓에 A 씨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히치 하이킹을 하는 참가자들을 자주 마주쳤다. 히치 하이킹을 시도하던 방글라데시 대원 4명은 “대원 하나가 원광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데 너무 걱정돼서 가고 싶다”며 “원광대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다. 샤워실 내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전북연맹 소속 참여자 80여 명이 조기 퇴영하는 사퇴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샤워실 내부는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였다. 남녀 공동 샤워부스는 문을 닫고 잠글 수 있는 구조지만, 여자 전용 샤워부스는 바람에 쉽게 나부끼는 천막으로 가리는 구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