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미완의 건물　 7일 오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메인행사 건물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모습. 센터가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유치 뒤 준비소홀에 비판 봇물

국제공항·고속도로 건설 치중
정작 잼버리 건물은 내년 준공

여가부 등 시찰핑계 99회 외유
개최 無경험 스위스 등 다녀와

부안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영국·미국 등 일부 참가국이 철수하고 영내 야외행사가 취소되는 등 파행으로 이어지자 잼버리 유치에 앞장섰던 전북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가 잼버리를 지렛대 삼아 공항·고속도로 등 새만금 지역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만 주력하며 정작 행사 준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는 지난 4일 영국·미국 잼버리 대원들이 폭염·불결·대회 운영 미숙 등 이유로 중간 철수 결정을 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잼버리 종주국 영국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행사 전체 참여 인원의 10%에 이르는 4400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빠져나가며 ‘반쪽 잼버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미국 참가자 1500명도 동반 철수를 결정해 잼버리 행사 초반 혼란 분위기가 증폭됐다.

이처럼 행사가 파행을 겪자 새만금 간척지를 잼버리 야영장으로 결정한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잼버리 야영지 내 메인행사 건물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가 2024년 3월 말 준공 예정이어서 행사 준비가 덜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센터는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병원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잼버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건물이 행사 기간을 넘겨 내년 상반기에나 만들어진다는 게 말이 안 되며 이는 준비 소홀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반면 전북도는 새만금국제공항, 새만금고속도로 등 새만금 인프라 확충에는 집요하게 매달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23개 재정사업을 발표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을 포함했다. 오는 2029년 완공 예정인 새만금국제공항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개최 등을 이유로 기획재정부에서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결정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2028년까지 총사업비 8077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떠난 자리　 7일 오전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조기 퇴영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있던 야영지가 비어 있는 가운데 잔류한 참가자들이 아침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잼버리 개최를 내세워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지역 교통 인프라 투자도 활성화됐다. 새만금 동서도로(16.5㎞)가 2020년 11월 완성됐지만 잼버리 참가자 4만3000명의 교통편의를 높인다는 이유로 지난 7월 26일 남북도로(27.1㎞)가 완공됐으며 전주∼새만금 고속도로도 추진되고 있다. 도와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의 잼버리를 핑계 삼은 해외출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는 국가까지 포함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지적이다. 한국스카우트연맹 등에 따르면 2015년 9월 22일 이후 잼버리를 이유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기관은 도가 55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부안군 25회, 새만금개발청 12회, 여가부 5회, 농림축산식품부 2회 순으로 나타났다.

도는 잼버리 파행이 새만금 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는 ‘잼버리 성공 개최 범도민운동 추진계획(안)’을 만들었다. 문건에 따르면 도는 민간단체를 통해 잼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