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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일원화 10년

2027년까지 증원 조직법 개정
법관 이탈 가속에 충원 미지수

경력 법관 지원 저해요인 설문
“급여 등 경제 보상 불충분” 1위
“지방 근무” “절차 복잡” 뒤이어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수료생을 법관으로 임용하던 과거에는 ‘1등 법조인’이 판사라는 시각이 뚜렷했지만 2013년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10년간 이 같은 공식이 무너졌다. 대형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적은 월급에 지방 순환 근무까지 도맡아야 하는 판사보다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조일원화 도입 이후 판사 임용자 수는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법조일원화 시행 전인 2006∼2012년 매년 150∼180명 수준의 판사가 임용됐지만, 2013년 이후에는 150명 이상 판사가 선발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했다. 2018년에는 39명, 2019년에는 83명 선발에 그치기도 했다. 법원 관계자는 “판사 지원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임용자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일원화 도입 과정에서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앞으로 법관에 임용 가능한 경력 기준이 더 높아져 ‘판사 부족’ 문제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2025년부터는 7년 이상,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의 법조계 경력자만 법관에 지원할 수 있다. 현재 경력 상황을 보면 앞으로 법관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대법원은 이를 고려해 지원 경력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법무부가 2027년까지 판사 수를 현재 3214명보다 370명 더 늘리기 위해 판사정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실제 충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지 크게보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일원화 제도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형 로펌에서 10년 정도 일하면 전문 분야도 생기고, 파트너 변호사로 일종의 승진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센티브를 버리고 급여가 초급 변호사 수준에 불과한 판사직을 지원하려는 변호사가 많이 없다”고 실태를 말했다.

법관 유출도 심상치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장동혁(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원을 떠난 법관 수는 344명이다. 2018년 64명, 2019년 47명, 2020년엔 65명, 2021년 89명, 2022년 79명으로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판사 정원도 채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첫 번째 원인은 법관 처우 문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진행한 ‘법조일원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력 법관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급여 등 경제적 보상이 불충분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혔다. 두 번째는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근무해야 할 수도 있다’가 이유로 제시됐다. 지방 순환 근무 등이 판사직 지원을 꺼리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이어 ‘임용을 위한 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서’ ‘판결문 작성, 재판 진행 등 업무가 과중할 것 같아서’ ‘법원의 조직문화가 경직적일 것 같아서’ ‘판사직을 수행하는 데 따른 심적인 부담이 클 것 같아서’ 등이 판사직을 기피하는 이유로 뒤를 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30대 변호사는 “무엇보다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며 “지방 근무를 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난 14일 열린 법조일원화 10주년 심포지엄에서 “법관의 급여와 연금, 정년 등을 높아진 경력에 맞게 상향함으로써 양질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유치할 수 있을 때만이 법조일원화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