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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새론 과거행적에 의미 부여
음모 조직 연루설 등 의혹 제기
유족·당사자에 ‘2차가해’ 지속

“타인의 죽음 경시하고 무감해져
자극적 소재 다룬 ‘놀이’로 전락”

배우 김새론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음모론’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개인의 죽음까지 ‘도파민 거리’로 삼는 ‘죽음에 무감한 사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16일 김새론의 극단적 선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은 각종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김 씨가 생전 개명한 이름과 김 씨의 사망 날짜, 사망 전 촬영한 사진에 등장한 숫자 등에 의미를 부여하며 김 씨가 음모 조직인 ‘일루미나티’를 신봉해 사망했다는 비상식적인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댓글 등에는 “소름 돋는다” “우리나라가 거대한 암흑 종교에 지배당하는 것 같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지난 10일 발생한 ‘대전 초교 흉기 사건’ 당시에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족이 해당 범행을 사주했다는 음모론이 돌기도 했다. 이는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개인의 죽음을 놓고 음모론이 제기된 것은 최근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 때도 사망 사고에 가족이 연루되어 있다거나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각종 음모론이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작성자들은 특정 가설을 세우고 각종 정황을 짜 맞춰 사실처럼 재구성해 높은 조회 수를 유도한다. 이를 보는 사람들 역시 관련 댓글을 달고, SNS 등에 ‘퍼 나르기’ 하며 음모론을 즐긴다.

문제는 음모론이 고인과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이버수사대 소속 한 경찰은 “어느 순간부터 언론이 주목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고인과 유족을 향한 악성 댓글과 음모론에 대한 수사도 따라가고 있다”며 “작성자들을 검거해보면, ‘심심해서’ ‘관심받으려고’ 등의 이유를 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글들은 수사력을 낭비할뿐더러 무엇보다 유족에게 큰 상처를 준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앞서 대전 초교 흉기 사건 유족에 대한 악성 댓글 180여 건에 대해 삭제 및 차단 조치했고, 이 중 5건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모론의 증가는 클릭 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미디어 환경 탓이 크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높은 조회 수와 댓글이 음모론자들에게 만족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며 “음모론이 양산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타인의 죽음을 경시하고 변질시켜 죽음에 무감한 사회가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음모론자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가장 자극적인 음모론을 만들어 온라인 공간에서 ‘놀고’ 있다”며 “자신이 작성하는 글에 책임감을 부여하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율·이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