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조일원화 10년

‘워라밸’ 추구하는 젊은 판사
1週 판결 3건 ‘암묵적 규칙’
재판 지연 · 질 저하 우려도

법조일원화 시행 이후 최근 선발되고 있는 경력 법관 구성이 경력 최저 연한인 5년 차 변호사, 30대로 굳어지고 있다. 경험 많고 전문 분야가 있는 변호사가 법관으로 다수 지원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가 무색해진 것이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저연차 변호사들이 집중적으로 뽑히면서 재판 지연, 재판 질 저하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25일 대법원 법관 임용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뽑힌 경력 법관 중 65.7%가 법조 경력 5∼6년 차, 87.8%가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 경력인 5년 차가 매년 50% 이상이고, 많을 때는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법조 경력 10년 차는 3.9%, 40대 이상은 10.3%에 불과했다. 나이대로 봤을 때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판사들이 신입 법관의 주류로 등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임용된 일부 판사들이 지나치게 워라밸을 추구하고, 실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법조일원화 제도 10주년 심포지엄에서 김신유 춘천지법 영월지원장(부장판사)은 △소위 ‘워라밸’을 찾기 위해 판사직에 지원했다고 말한 일부 신임 판사 사례 △‘직장인 마인드’로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사례 등 일선 부장판사 면접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김 부장판사는 법조일원화 이전에 임용된 판사들과 이후에 임용된 판사들의 실무 능력 편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일선에서는 젊은 판사들이 1주일에 판결 3건만 선고하는 이른바 ‘3건 룰’ 등 판사들의 ‘웰빙’ 추구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한 부장판사는 “3건 룰로 인해 변론 종결이 한참 된 사건도 판결문을 안 쓰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재판 당사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판사들의 이러한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암묵적 규칙들이 재판 지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판결문의 질적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요즘 판결문을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며 과거 판사들은 판결문 작성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는데 지금은 그러한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