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구속 취소” vs “파면 촉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탄핵반대청년연대 회원들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요구하는 10만 명 서명 탄원서 제출을 위해 탄원서 상자를 옮기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들이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 “대리인 일임” 돌연 구치소 복귀

‘재판 진행 불공정’ 불만 해석
국회측, 체포지시 檢조서 공개
尹측 대리인, 항의하며 퇴정

10차 기일 변경 요청했지만
재판부, 1시간만 늦춰주기로
석동현 “절차위법” 기자간담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윤 대통령 측이 증거채택·기일지정 등 헌재의 탄핵심판 운영 방식에 날 선 반응을 벌이면서 양측 갈등이 계속 고조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후 9차 변론 출석을 위해 헌재에 도착했다 변론 시작 직전 구치소로 되돌아간 데 이어 19일 오후 대리인단의 석동현 변호사가 헌재 탄핵심판 진행의 불공정성·위법성을 주장하는 간담회를 예고하는 등 윤 대통령 측이 헌재와의 갈등을 막판 여론전으로 확대하려는 조짐까지 보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은 법무부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헌재에 도착했지만 변론 시작 직전 구치소로 복귀했다. 윤 대통령 복귀 직후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발표할 것이 없으며 대리인단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회차’가 그동안 헌재의 증거채택과 조사 절차에 대한 항의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관련 질의에 “어제 입장으로 대신하겠다”고 재확인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 기일변경 문제와 수사기관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노출했다. 이미 윤 대통령 측은 증인 신청 문제와 부정선거 관련 검증 문제 등으로 재판부와 몇 차례 갈등을 빚으면서 ‘중대 결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앞서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의 내란죄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청구 심문을 이유로 같은 날 오후 예정된 10차 변론기일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내란죄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전 10시이고, 오후 2시 탄핵심판을 잡으면 시간적 간격이 있는 점, 변론기일에 당사자와 재판부, 증인 일정을 모두 고려하는데 재판부가 주 4일 재판하고 있고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해 구인영장 집행을 촉탁해야 하는 점, 10차 변론기일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3명을 신문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재판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할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간 조정을 재요청하자 결국 문 대행은 재판관들과 논의 후 당초 일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3시로 기일을 늦췄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후 3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오후 5시, 조 청장은 오후 7시로 출석 시간이 조정됐다.

특히 이날 변론에서 국회 측이 경찰·군 관계자 등의 검찰 신문조서를 공개한 데 대해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진술 오염 등을 주장하며 증거 채택에 반발했지만 재판부가 변론 진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조 청장에게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긴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 일부를 공개하자 헌법재판관 출신인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은, 반대신문으로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는 진술 조서에 대해 증거 조사하는 것은 법률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문 대행은 “지금 이의 신청하는 것은 기간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미 그 점에 대해 두 차례 이상 재판부의 의견을 밝혔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이에 항의해 퇴정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석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예고했다. 석 변호사는 문 대행 등 일부 재판관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며 헌재 심판 절차가 불공정·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주장할 전망이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