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킹 조직에 의한 가상화폐 탈취와 랜섬웨어 공격 등을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버금가는 신종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전면전을 선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2일 발표한 ‘국가 사이버안보 전략’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을 4대 사이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이 국가들의 해커 조직을 파괴·해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방수사국(FBI)을 중심으로 국방부와 정보 당국이 사이버 위협 세력 파괴 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동맹과 협력해 북·중·러 컴퓨터망에 대한 선제공격 등 총력전으로 사이버 위협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특히 백악관이 “북한은 가상화폐 탈취와 랜섬웨어 공격 등으로 핵 야망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북한의 불법 활동 차단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의 자금 창구를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미 하버드대 벨퍼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사이버 금융 해킹 능력 1위국이다. 지난해 북한 해커가 탈취한 가상화폐는 17억 달러에 이른다.

그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원자력연구원,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국가 배후 해킹 조직의 공격을 받았으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민관합동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가 문을 열었지만, 대통령 훈령인 국가사이버안전관리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이버안보 체계 구축을 위해 법 제정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는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회는 정파를 떠나 국가 안보 차원에서 하루빨리 입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