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부적절 처신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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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대장동 ‘50억 클럽’과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사진)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승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의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지만, 법조계에서는 고위 법관으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은 전날 판·검사, 변호사, 교수 등 9명으로 구성된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여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승인을 의결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재직 중의 위법행위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은 경우,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하는 경우 등록심사위원회가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재판 거래 의혹 등을 받고는 있지만,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위원 과반수가 등록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이 권 전 대법관에게 두 차례에 걸쳐 변호사 등록 신청을 자진 철회할 것을 요청한 것도 결격 사유가 없는 그의 변호사 등록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해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11월부터 대장동 일당인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업해 총 1억5000만 원을 고문료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재판 거래’ 의혹을 받았다. 그는 김 씨가 ‘50억 클럽’으로 거론한 6명에 포함돼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 고위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관까지 하신 분이라면 의혹이 해소된 뒤 신청하시는 게 법조계의 신뢰를 높이는 데 바람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법조인협회도 권 전 대법관이 변호사로서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