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생일 맞아…푸틴 ‘달콤한 편지’ 언급
"푸틴은 평화롭고 현명한 사람" 발언 논란도

이미지 크게보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18일 로마에서 하원 원구성 논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며 활짝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보드카 20명을 선물로 받았다는 자랑을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親)푸틴’ 인사로, 최근 총선에서 전진이탈리아(FI)를 이끌고 우파연합에 합류해 승리했다.

영국 가디언은 18일 이탈리아 라프레스통신 보도를 인용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총선 승리 나흘만인 지난달 29일 86세 생일을 맞았다. 언론재벌 출신인 그는 ‘추문 제조기’로 불리며 각종 논란을 일으켰지만,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주축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원의원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라프레스가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의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에게서 보드카 20병과 함께 ‘매우 달콤한 편지’를 받았다"며 "나도 푸틴 대통령에게 똑같이 달콤한 편지와 람브루스코 와인을 답례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장관들은 우리(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제공하고 있어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수차례 말했다"며 "언론에 말하면 재앙이 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내 의견을 말할 수는 없지만, 매우 매우 매우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특히 푸틴 대통령을 향해 "평화롭고 현명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옹호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TV쇼에 출연해선 "푸틴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를 ‘괜찮은 사람들’로 교체하기를 원하는 러시아 국민과 장관들에 의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청사에 걸린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사진이 이날 논란 끝에 철거됐다고 이탈리아 안사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경제개발부는 9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전시실에 역대 장관 사진을 걸었는데, 무솔리니가 초대 장관을 겸임해 사진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