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리포트

중기부·서울시, 자료도 없어
자금 집행률 끌어올리기 급급
지급오류 등 사후관리는 부실

지난 2년여간 약 58조 원이 코로나19 지원금으로 풀렸지만, 부정수급을 적발·환수한 사례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 집행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급급한 결과, 지급 오류, 과잉지급, 중복 수급 등을 검증하고 환수하는 ‘사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지원금 부정수급 적발 건수 및 환수 조치는 0건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부정수급 관리 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부정수급 사례는 사실상 폐업했는데도 말소 전 사업자등록번호를 이용해 지원금을 타내는 경우다. 2020년 지급된 새희망자금은 당시 매출액 증감 여부와 관계없이 ‘선지급 후정산’ 방식으로 자금이 지원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처음부터 검증을 까다롭게 하기보다는 보편지급 성격으로 나간 측면이 있어 부정수급을 걸러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며 “또 고용노동부 등 전 부처에 걸쳐 있는 업종별 지원금 환수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 계획을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별개로 자금 지원을 한 지방자치단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가 지난 2월 5000억 원 규모로 집행한 ‘임차소상공인 지킴자금’ 부정수급 적발은 0건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정수급 건수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며 “집행이 마무리되면 적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경기도가 2020년 집행한 ‘영세사업자 특별경영자금’의 부정수급 적발도 0건이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후속 조치 관련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예산 중 22억7000만 원을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사후관리’ 예산으로 책정해둔 상태다. 이 사업에는 재난지원금 관리 서버와 지원금 환수시스템 구축, 검증단 운영 인건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예산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다. 중기부는 손실보전금을 지급하고 있어 사후관리 예산 집행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진국형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 및 사기 범죄를 전담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단속에 나섰다. 일본은 2020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약 55조 원 규모를 지원하고 20억 원이 넘는 지원금 부정수급을 잡아냈다.

김보름·김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