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해 95세로 별세

이미지 크게보기보름전 모습 영국 기네스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등재된 송해가 지난 5월 23일 기념패 전달식에 참석한 모습. KBS 제공

- ‘시대의 아이콘’ 송해

일제강점기·6·25전쟁 몸소경험
실향민 아픔 대변 ‘천생 방송인’

‘전국노래자랑’ 34년동안 진행
만난 사람만 1000만명 넘어

빈소 서울대병원… 희극인葬

세계 최고령 방송인 송해가 눈을 감았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몸소 경험하고, 실향민의 아픔을 대변하며 대중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시대의 아이콘’과의 작별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6·25전쟁 당시 월남 후 희극인으로 활동해 온 젊은 시절의 송해.

송해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흘렀다. 그의 본명은 송복희. 1949년 황해도 해주예술전문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으나 이듬해 6·25전쟁이 발발하며 미 군함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때 바다를 건너 고향을 떠나온 실향민의 애환을 담아 ‘바다 해’(海)를 예명으로 정했다. ‘송해’의 탄생이다. 이후 그는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송해는 지난해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송해 1927’의 시사회 후 “혈혈단신 월남해서 제 소질을 찾아다니는 것도 마음이 아팠고, 유랑극단 생활을 거쳐서 아픔을 딛고 일어선 것이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희극인으로 활동을 해오던 그는 1988년 운명의 프로그램을 만났다. KBS 1TV ‘전국노래자랑’이다. 5대 MC로서 6년간 진행한 후 1994년 하차했으나, 시청자들의 계속된 요청에 7개월 만에 복귀한 후 현재까지 28년째 그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 사이 연출자만 120여 명이 바뀌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1960년대 초 송해가 딸을 안고 있는 고 석옥이 여사와 활짝 웃고 있다. 달성군청 제공

송해는 대한민국의 가장 많은 국민과 호흡한 인물이다.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난 사람만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를 가장 뿌듯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송해는 지난 2015년 제10회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 특별상을 받았을 당시 누구보다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송해는 대한민국의 가장 많은 국민과 호흡한 인물이다. ‘전국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난 사람만 1000만 명이 넘는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 출연 당시의 모습. KBS 제공

60년 넘게 방송으로 밥을 먹으며 힘든 순간도 있었다. 삶이 버거워 극단적 선택도 했다던 송해는 “남산 팔각정에 올라가 ‘가족들에게도 미안해’하면서 눈 꼭 감고 내리뛰었는데 소나무 가지에 걸려서 살아 돌아왔다. 그 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온 게 오늘날까지 왔다”고 고백한 바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평생을 한결같이 살아오던 송해를 멈춰 세운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3월 ‘전국노래자랑’의 공개 녹화가 사라진 후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건강이 악화됐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올해 1월과 5월에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전국노래자랑’ 제작진에 “야외 녹화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전했고, 지난 4일 2년여 만에 재개된 ‘전국노래자랑’ 영광군 공개 녹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흘 후 눈을 감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되며, 장례는 희극인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두 딸 송숙경, 숙연이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