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해 95세로 별세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월 ‘여러분 고맙습니다 송해’에 출연한 모습. KBS 제공

세계 최고령 방송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송해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지키는 ‘현역’이었다. 신바람 나는 시그널 음악과 함께 “전국∼ 노래자랑!”이라고 시원하게 외치며 생의 희로애락을 전한 송해의 발자취를 어록으로 돌아본다.

송해는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송해 1927’에서 “오래 살아가면서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며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다 하고 목적을 이루려면 건강을 유지해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건강하자!”라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 몸을 소중히 돌보며 “무대에서 시작해 무대에서 죽는 삶”을 살다 가겠다는 소신을 담은 얘기였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때처럼 즐겁고 기쁜 게 없다”며 “지금도 원하는 것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 무슨 바람이 있겠나. 그저 건강해서 끝까지 여러분 앞에 꿋꿋하게 선다면 제가 누릴 수 있는 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송해는 국내 최고의 베테랑 MC였지만 무대에선 언제나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같은 무대에 100번 나오면 100번을 긴장하게 된다”며 “관객이 단 1명이 있어도 1만 명이 있다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노래자랑’의 상징과도 같은 ‘땡’과 ‘딩동댕’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알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성실한 노력이 뒷받침된 실패는 무가치하지 않을 뿐 아니라 훗날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보편적 진리를 반영한다. 이는 “슬픔을 모르는 사람이 어찌 기쁨을 알겠나”라는 또 다른 어록과도 통한다.

시청자들은 송해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고단한 일상을 버틸 힘을 얻었다. 그러니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이 역시 바로 그들이겠으나 오히려 송해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불안해했다. “아무것도 없던 제가 여러분과 살다 보니까 제게 집중해 주고, 잘 못하는 노래라도 한 곡 하면 박수 치고, 무슨 말을 하면 웃어 주니 어디 가서 이런 큰 보람을 느끼겠어요. 한없이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