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해 95세로 별세

이미지 크게보기 2011년 열린 ‘나팔꽃 인생 60년 송해 빅쇼’에 함께한 송해(왼쪽)와 이상벽. 연합뉴스

- 이상벽이 기억하는 송해

“자가용없이 지하철·버스 타며
모은 돈 베풀어 존경 한 몸에”

“‘이제 좀 쉬시라’는 하늘의 명령을 받으셨군요.”

8일 오전 방송인 송해의 부고를 접한 후배 이상벽(75)은 이렇게 탄식했다.

두 사람은 기자와 연예인 신분으로 처음 만난 후 선후배 방송인으로 50년 넘게 겯고튼 지기(知己)다. 송해와 같은 황해도 출신이자 실향민이기도 한 이상벽은 이날 통화에서 “제 고향 선배이자 선친과 동갑이셔서 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심정으로 그분을 대했다. 가끔 통화도 하고 대포도 했는데 이렇게 가실 줄이야”라며 잠시 말문을 잠근 후 “밤새 고향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 만취하면 오히려 그분이 나를 업어다 데려다주기도 했던 강골이셨다”고 추억했다.

이상벽이 기억하는 송해는 ‘천생 방송인’이었다. 매시 정각 울리는 뻐꾸기시계처럼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며 95년을 한결같이 살았다. 이상벽은 “공연 시작 30분 전에는 늘 묵상을 하셨다. 마음속 리허설을 하는 거다. ‘이 동네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항상 생각한다”면서 “평생 무대에 섰지만 매일 새롭게 서는 것처럼 연습하시더라. 그러니 최장수 사회자로 기네스북에도 오를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명불허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상벽은 송해를 “술 인심 좋은 선배”라 칭했다. 주변 사람을 두루 챙기며 술을 권했다. 그에게만큼은 술이 ‘약주’였다. 술 한잔에 울적함과 외로움을 달래고 후배들에게 기운을 줬다. 이상벽은 “그렇게 술 인심이 좋을 수 없었다. 단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하나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이 돈 내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검소함이 몸에 뱄다. 평생 자가용 없이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니며 모은 돈으로 베풀었다. 그러니 모두가 송해 선생을 존경했다”고 덧붙였다. 이상벽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내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추도사를 전했다.

“‘나는 끝까지 무대를 지키겠다’ ‘나는 죽어도 무대에서 죽는다’고 하셨죠. 그 소원을 이루셨으니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습니다. 그 작달막한 키로 바지런히 움직이며 정말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사람을 만나셨죠. 이제는 그만 쉬어도 좋다는 하늘의 명령을 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하늘나라에 가셔서는 꿈에 그리던 고향에도 다녀오시고 이제 한숨 돌리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