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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철군 과정 등 비난 거세
탈레반 장악 후 2주간 하락세
지지율 48%… 정치입지 ‘흔들’
부정여론이 긍정보다 높아지며
내년 중간선거도 영향 가능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 역사상 최장기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까지 이어져 온 20년 된 숙제를 마쳤다. 하지만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과 테러 및 인권침해 위협 증가 등 부수적 결과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때 60% 가까이 올랐던 지지율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2주간 하락세를 거듭해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데드 크로스’(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앞서는 현상)가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1만5623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9일 시행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력에 대한 긍정 여론은 48%에 불과했다.

약 넉 달 전 56%까지 오르기도 했던 지지율은 코로나19 재확산과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흐름이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성한 지난 15일부터 빠르게 추락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유권자는 49%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약 2주 동안 10%포인트 가까이 뛰어 긍정 여론을 추월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다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가장 두드러진 여론 변화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민주당원 중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비율은 지난 14일 53%에서 29일 47%로 떨어졌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 장악 이전 82%였던 부정 여론은 현재 87%까지 높아진 상태다. 이 중 그의 직무 수행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비율은 76%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공화당원 4명 중 3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무소속 유권자들 역시 탈레반의 카불 입성을 기점으로 우호 여론이 43%에서 41%로 하락했고, 부정 여론은 48%에서 52%까지 상승했다. 모닝컨설트는 “최근 며칠간 계속되고 있는 위기는 7월 첫째 주부터 정체 상태에 놓여 있는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율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겪고 있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면서 아프간 사태가 내년 중간 선거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의 권력 장악 시점을 오판하고 서둘러 군대를 빼내면서 아프간 내 민간인 대피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하고 안보 위협을 증폭했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함께 지난 27~30일 1003명의 성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20%가 아프간의 현재 상황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큰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아프간전을 개시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10%)이나 탈레반과 철군 시한을 협상한 트럼프 전 대통령(9%)보다도 높은 수치다.

아프간 내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와의 전쟁에 대처하기 위한 더 나은 계획을 가진 정당이 어디냐’는 물음에 민주당을 꼽은 비율도 26%로, 공화당(29%)보다 뒤처졌다. 공화당에선 탄핵·하야 주장을 거듭하며 그를 몰아넣고 있으며, 민주당에서도 실책론이 나오는 등 바이든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십자포화는 가중되는 양상이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