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돈 찾는 사람들… 축포 쏜 탈레반… 미군이 20년 만에 떠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은행 앞에 30일 아프간인들이 현금 인출을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현금 인출 한도를 1인당 일주일에 200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31일 새벽 아프간 수도 카불 상공에 탈레반이 쏘아 올린 축포. AP 연합뉴스
■ 아프간 철수와 남은 것들
“모두 대피시킬것” 공언 못지켜
탈레반에 자유로운 이동 요구
‘테러와의 전쟁 승리’ 명분 퇴색
IS·알카에다 여전히 활동지속
동맹 반대에도 철수연장 거부
국익우선 천명으로 불신 심화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예정된 철수시한을 하루 앞당겨 30일(현지시간) 마지막 미군 병력을 태운 C-17 수송기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을 떠나면서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던 20년 아프간전이 막을 내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안팎의 비판을 무릅쓰고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아프간전 종전을 최종 결정했지만 동시에 숱한 정치·외교·군사적 난제를 떠안게 됐다. 무질서한 철수 과정에서 미군 13명이 숨지고 미국인 약 200명이 남겨진 데 대한 정치적 책임을 비롯해 탈레반 치하 아프간이 테러 온상이 될 가능성, 동맹의 불안·불신 등이 고스란히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바이든 행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아프간인들의 무사 귀환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에는 약 200명의 미국인이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아프간 대피 의사를 밝힌 미국인은 100명가량이다. 8월 초 철수시한을 늦추더라도 모든 미국인을 대피시키겠다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에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미국인, 아프간 조력자, 외국인을 안전하게 철수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지속적 협력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공식 인정, 인도적 지원, 카불 공항 정상 운영 등 탈레반의 요청 사항을 지렛대 삼아 미군 철수 이후에도 아프간 내 미국인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압박하고 있다.
아프간 내 테러단체 억제 역시 미국의 최우선 과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철군 명분으로 알카에다를 비롯한 아프간 내 테러단체에 대한 성공적 작전 완수를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26일 테러단체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의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지면서 ‘테러와의 전쟁’에 승리했다는 명분이 퇴색됐다. 아프간전을 시작한 단초가 됐던 알카에다 역시 아프간 내에서 활동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미군은 28일과 29일 연이틀 IS-K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가했지만 철군 이후에는 아프간 내 작전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전히 테러단체로 지정돼 제재를 받는 탈레반과 협력 또는 최소 묵인 아래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아프간 철군 과정을 통해 불거진 동맹·파트너들의 신뢰 회복 역시 시급하다. 동맹들의 반대에도 철수 시한 연장을 거부한 독단적 행동은 물론, “국익이 없는 곳에서 미군이 싸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이든 행정부의 ‘국익 우선 동맹’ 속내는 동맹들의 불신을 불러왔다. 국무부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을 직접 거론하며 “아프간과 다르다”며 봉합에 나섰지만 동맹들의 신뢰 회복 없이는 향후 대외정책 핵심 과제인 대중·대러 견제 역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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