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거리 축하총성·경적 울려

구호단체 식량 내달 말 소진
열악한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은 미군이 떠난 30일 수도 카불에서 축하 총성을 울리며 “역사를 만들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당장 ‘이슬람국가-호라산’(IS-K)과의 갈등에 이어 국제사회로부터의 공식 정부 인정, 경제난 극복이라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 등에 따르면 30일 밤 11시 59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 C-17이 이륙하자 공항 주변 도로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총성과 함께 자동차 경적, 휘파람 등이 울려 퍼졌다. 축포도 곳곳에서 터졌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다. 우리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말했고, 탈레반 연계조직인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아나스 하카니도 트위터에 “지난 20년 동안 지하드(성전)와 희생, 고난 끝에 맞이한 순간”이라며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적었다.

탈레반이 곧 새로운 정부 구성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향후 국제사회로부터 공식 정부로 인정받고 경제난을 극복하는 게 탈레반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탈레반이 공식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데,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근거해 탈레반이 공식 정부로 인정받기 위해선 △모든 외국인과 아프간인의 안전한 출국 보장 △여성, 아동, 소수자 인권 보호 △테러 조직, 테러 활동과의 무관함 입증 등 세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아프간 현지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탈레반의 큰 과제다. 최근 아프간 내 물가는 폭등했고 달러는 메말라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호단체 식량은 오는 9월 말이면 소진될 예정이며, 아프간 일부 지역은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아프간인의 3분의 1은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아프간의 열악한 보건체계도 문제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아프간 특사인 필리페 리베이로는 “아프간의 보건 시스템은 수년간 인력과 자금, 장비 부족에 시달려 왔다”며 “보건체계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