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산소농도 떨어지며
두차례 치료 사실도 드러나

이르면 5일 퇴원할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환자용인 덱사메타손과 렘데시비르 등을 투여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건강상태를 둘러싼 백악관의 진실 은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두 차례 치료를 받은 사실이 의료진을 통해 뒤늦게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세다.

4일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 등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덱사메타손을 투약한 사실을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입원 후 렘데시비르를 투약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설명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처방받은 덱사메타손과 렘데시비르가 주로 중증환자들에게 권장하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나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환자의 사망률을 낮춰줘 주목받은 치료제지만 자칫 면역체제를 무너뜨려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중태이거나 심각한 코로나19 환자에게만 이 치료제를 투여해야 하며, 심각하지 않은 코로나19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여기에 콘리 주치의가 트럼프 대통령 증세에 대해 말을 바꾸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콘리 주치의는 확진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미한 증세만 있다고 밝혀왔으나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치료받은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콘리 주치의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 확진 사실이 공개된 지 36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대통령이 진단을 받은 지 72시간이 됐다”고 언급해 1차 신속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2018년 5월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된 콘리 주치의는 신체 물리치료를 주로 하는 접골(osteopathic) 전문의로, 코로나19 초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권유한 바 있다.

계속되는 혼란에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인은 진실을 원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중이 모든 세세한 부분을 알 필요는 없지만 오도되지는 않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진실은 백악관이 만들어 놓은 짙은 혼란의 안개보다 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