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 “논평 말라” 내부검열
후시진 편집인은 비판 글 삭제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에 긴장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곧바로 쾌유를 비는 위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오히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5일 외신과 중국 관영 매체 등에 따르면, 미·중 갈등 확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소식이 알려지자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후시진(胡錫進) 환추스바오(環球時報) 총편집인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코로나19를 얕본 도박의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많이 남겨 미국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확진을 계기로 미국의 반중 노선이 더 강화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당국은 강력한 내부 통제에 나서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와 런민르바오(人民日報), CCTV 등 중국의 주요 SNS와 관영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 확진과 관련한 논평 게재를 중단하는 등 내부 검열이 강화됐다. 후 편집인은 자신의 트위터 글을 삭제했고, 대신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니 슬프다. 신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는 글을 리트위트했다.

국제문제 전문가인 팡중잉(龐中英) 중국해양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확진이 미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재선에 도움이 될지 등은 불분명하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중국에 나쁜 소식”이라고 우려했다. 리하이둥(李海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적대정책과 비방,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시 주석의 인도주의적 메시지는 대국의 품위를 보여주고 있으며, 양국 지도자들 사이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계기가 돼 양국 대립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일 트럼트 대통령에게 보낸 위로 전문에서 “나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과 나는 동정을 표하며, 트럼프 대통령 부부가 하루빨리 쾌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