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권고 따르지않고 강행땐
검찰개혁 요구 등 ‘후폭풍’ 예상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9일 기각함에 따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6월 말이나 7월 초에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수사심의위는 이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을 놓고 심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 판단을 결정짓는 중대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결론을 뒤집은 전례가 없어 이재용 수사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가 오는 11일 열린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회 위원 150여 명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면 변호사·언론인·학계·시민단체 인사가 포함된 민간위원 250명 중 무작위로 선발된 15명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과 기소 필요성을 판단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최종 결론을 위한 회의는 1∼2차례 열릴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법원의 영장 기각이 수사심의위 기소 판단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초 제도 시행 후 수사심의위가 심의한 8건 모두 검찰은 수사심의위 권고를 반영해 사법처리했다.

검찰은 현재도 기소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검찰 개혁에 대한 요구가 강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거부하게 되면 검찰이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너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중앙지검 부의심의위가 이 부회장 측의 요청을 거부하고 사건을 수사심의위로 넘기지 않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진 상황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판사도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만큼, 부의심의위가 사안을 수사심의위에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심의위가 20만 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보지 못하는 것도 변수다. 수사심의위는 검찰과 이 부회장 측에서 제공하는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보고 사안을 판단해야 하기에 양측이 방대한 논리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요약본에 담느냐가 향후 향배를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두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구속과 불구속 수사에 대한 이견이 갈리긴 했지만, 기소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면서도 “수사심의위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는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